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위기의 중청대피소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바래봉, 설악산 대청봉, 북한산 백운대, 태백산·함백산. 국립공원공단이 해맞이 명소로 꼽은 5곳이다. 이곳 일출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동진, 호미곶의 일출과는 또 다른 감동과 장관을 자아낸다. 국립공원공단은 천왕봉-첩첩 능선 사이의 일출, 대청봉-바다 위 일출, 백운대-인수봉과 어우러진 일출, 태백산·함백산-눈꽃 사이로 보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소개한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는 “천왕봉 일출을 보러 지리산에 오라” 했다. 그러나 천왕봉에 올랐다고 누구나 일출을 보는 게 아니다. 3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는 게 천왕봉 일출이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일몰 후, 일출 전 산행 금지’ 수칙에 따라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지리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그 최적의 장소가 천왕봉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장터목대피소다.

중청대피소는 설악산의 장터목대피소다. 대청봉 일출을 감상하려면 이곳에서 하룻밤 신세지는 게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사정이 달라질지 모른다. 국립공원공단이 시설 노후화 및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중청대피소 철거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공단은 소청대피소나 희운각대피소를 이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나 그럴 경우 일출을 보려면 위험한 야간 산행을 감행해야 한다.

등산 수칙을 지키며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하루에 종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설악산 지리산 같은 큰 산에 숙식이 가능한 대피소가 없다면 조난당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중청대피소는 장터목대피소와 마찬가지로 안전 산행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로 철거할 게 아니라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게 산악단체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중청대피소 철거를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청와대 게시판에 국립공원공단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청대피소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중청대피소뿐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