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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카불: 작전명 미라클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한 외교관들의 탈출기다. 갑작스러운 내전으로 본국과 연락마저 끊긴 한국대사관에 적대관계인 북한대사관 직원과 가족까지 피신해 온다. 남북은 총알이 빗발치는 거리에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긴박감 있게 진행된다. 29일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지난달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현실에서 이 이야기가 이렇게 실감 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카불에 입성하자 대탈출이 이어진다. 우리 외교관들은 제3국으로 황급히 피신했으나 남아 있던 현지인 직원들이 걱정이었다. 위기에 처하면 같이 떠난다고 약속했었다. 김일응 주아프간대사관 공사참사관 등 3명은 카불을 빠져나온 지 1주일 만에 다시 사지로 들어간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비밀 작전이었다. 주아랍에미리트 대사관 소속 4명도 함께했다. 우리를 도왔던 현지인과 가족 390명을 무사히 한국으로 데려오는 작전명 ‘미라클’(기적) 이었다.

카불 공항 안쪽은 미군이 관리하지만 바깥 게이트 인근은 탈레반이 검문검색을 펼친다. 곳곳에 흩어진 아프간인을 모아 우선 공항으로 들여보내야 한다. 대사관 관계자들이 ‘KOREA’라 쓰인 종이를 들고 현지인 조력자를 찾아다닌 곳이 ‘애비 게이트’ 앞이다. 며칠 후 바로 이곳에서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170여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이 다쳤다. 우리도 희생될 수 있었던, 목숨 내놓고 진행한 작전이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다. 외교부 평가처럼 우리가 인도적 고려에 따라 적극적으로 현지인을 구출한 첫 번째 사례다. ‘카불: 작전명 미라클’이라는 영화가 개봉될 날을 상상해본다. 류 감독이, 아니면 누군가 벌써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 않을까.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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