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두상달 (15) 우리 부부 이색 주례에 결혼식장은 웃음바다

두상달 장로와 김영숙 권사 부부가 2012년 서울 오륜교회에서 주례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강의도 같이하지만 주례도 함께한다. 주례사도 색다르다.

한편의 토크쇼와 같은 주례를 전한다. 두 명이 주례하는 것도 신기한데 주례사마저 귀에 쏙쏙 들어오니 큰 인기를 끌었다. TV 뉴스에서도 우리 부부의 이색 주례를 다뤘을 정도였다.

우리는 예비 신랑 신부에게 결혼 전 서약서를 쓰게 한다. ‘평생 설거지를 하겠다’ ‘밤마다 안마를 해 주겠다’는 등 결혼한 뒤 지킬 약속과 다짐을 각자 쓰도록 한다. 서약서는 식장에서 낭독하고 이를 녹음해 일생 간직하도록 한다.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한다. 서명하기 전에는 늘 “지금 마음을 바꿔도 된다”고 기회를 준다. 아직 변심했던 커플은 없었다.

주례사도 사랑하며 살라거나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등 공자님 말씀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결혼 적령기의 성인이라면 이런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신 우리 부부가 살면서 다투게 됐던 여러 갈등 사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우리는 맞는 게 없다’ ‘식성이 다르고 기질도 다르다’ ‘냉난방조절 문제로 평생 견해차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너무 다른 주례사에 식장에 있는 모두가 흥미로워하며 웃는다. 하지만 그 속에 결혼 생활의 요령과 백미가 담겨 있다. 이런 질문도 한다. “신랑은 지금부터 지구상 35억명의 여성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신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죠?” 그러면 신랑과 신부는 “네”라고 답한다. 그런 뒤 ‘싸우라’고 권한다.

주례사 중 싸우라고 하는 건 우리 부부 밖에 없다. 싸울 수 없거나 안 싸우는 게 문제다. 다만 싸우되 지켜야 할 금도가 있고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을 지키고 잘 싸우면 부부의 관계가 친밀해진다. 잘못 싸우면 멀어진다. 정 관계 개선이 안 될 때는 우리 부부를 찾아오라고 말한다. 애프터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원래 ‘러브 파트너’는 행복하지만 ‘라이브 파트너’는 힘든 법이다. 주례사에서 이 점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셈이다.

자녀도 많이 낳으라고 권한다. 성경에는 자녀를 하나님이 주신 기업이라고 했다. 어차피 기업가가 될 바에야 대기업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신랑 신부에게 원하는 자녀 수를 물으면 대부분 한두명이라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우리 부부는 “두 명이 만나 결혼했으니 셋넷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순간 식장에는 웃음꽃이 핀다.

양가 부모들에게도 전하는 말이 있다. “자녀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잘 압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자녀도 부모를 떠나고 부모도 자녀를 떠나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들 결혼생활 중간에 끼어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그게 결국 문제가 됩니다. 사이에 끼지 말고 옆에서 지켜보란 말이 있습니다. 밥을 먹든, 굶든 관여하지 마세요. 그래야 훗날 효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모두 공감을 한다. 이런 메시지, 우리 부부의 주례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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