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두상달 (12) 부부생활 세미나에 함께 간 아내, 갑자기 오열을…

두상달 장로와 김영숙 권사가 2000년대 초 한 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부부생활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조화를 이뤄가며 사는 종합예술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 비밀을 알았던 건 아니다. 미숙한 남편일 뿐이었다. 진리를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늘 후회한다.

1985년쯤의 일이었다. 부부생활 세미나를 진행하던 김인수 김수지 교수 부부가 우리 부부를 세미나에 초청했다. 우리 부부 사는 걸 보고 부부생활 강사로 만들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나는 참석을 거부했다. “거길 뭐하러 가. 문제 있는 사람들이나 가는 거지.” 아내도 물러서지 않고 졸랐다. 결국, 따라갔다.

첫 시간 강의가 끝난 뒤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는데 갑자기 아내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너무 깜짝 놀랐다. 주변 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용한 곳으로 가 대화를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말과 행동, 표정들로 아내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지 말이다. 내가 문제였다는 걸 그때야 알았다. 그날부터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부부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문제를 깨닫는 것이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 국제CCC의 가정 사역 전문가 대니스 레이니의 가정사역 세미나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여기에도 참석했다. 그런 뒤 우리 부부는 87년부터 가정사역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 가정을 모아놓고 했지만 이내 소문이 나 큰 무대에 서게 됐다.

우리의 아픔과 갈등을 고스란히 전하니 청중 반응은 뜨거웠다. 강의하며 돌아보니 참 맞는 게 없는 부부였다. 나는 열이 많아 아침부터 온 집의 문을 활짝 연다. 차에 타도 에어컨을 튼다. 아내는 완전 반대다. 나는 김치찌개 같은 칼칼한 음식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담백한 쪽이다. 세수만 하고 나와도 나는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든다. 완전 반대인 아내와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건 엄청난 축복이다.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일 뿐이다. 부부가 서로 달라야 자녀들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다. 부부의 다름 때문에 후세가 건강한 것이다.

우리 때는 결혼 교육이란 게 없었다. 나는 오직 ‘신혼 때 잡아야 한다’는 아무짝에 쓸데없는 말만 듣고 결혼했다. 잡아야 할 건 상대의 마음이었는데 그걸 몰라 늘 서툴렀다. 두고두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미안하다.

“결혼의 원리를 알았더라면 멋진 남편,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아쉬움을 책의 서문에 쓰기도 했다.

가정사역을 하면서 바라는 게 한 가지 있다. 그건 바로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사람들, 갈등과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정들이 해답을 얻고 축복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34년 동안 우리 부부가 도구로 사용 받았다면 그거로 만족한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여. 다름을 인정한 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라.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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