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투병 선교사 살리자”… 십시일반 ‘온라인 모금’ 앰뷸런스 하늘길 열었다

B선교사는 이달 초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에어앰뷸런스로 한국에 들어온다. 에어앰뷸런스 비용은 미션펀드 등을 통해 모았다. 아래 사진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선교사가 에어앰뷸런스로 입국하는 모습. 미션펀드 홈페이지, 국민일보DB




A씨는 인도네시아에 계신 부모님 소식을 접하고 다급해졌다. A씨 부모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의 파송선교사로 2000년부터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에서 사역 중이다. 그곳에서 아버지 B선교사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현지 의료환경은 한국의 보건소 수준에도 못 미쳤다. 하루빨리 한국에 들어와 치료받아야 했다. 에어앰뷸런스가 한국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천문학적 비용 앞에 낙담했다.

다행히 A씨는 GMS로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받았다. 그리고 기독교 공동모금을 하는 미션펀드를 소개받았다. A씨는 지난달 29일 부모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미션펀드에 올리며 펀딩을 시작했다. 모금 목표액은 2억원. 2일 현재 목표액의 76%에 해당하는 후원금이 모였다.

A씨는 미션펀드를 통해 진행 상황도 알렸다. 항공사 및 대행사와 긴급후송 계약을 체결했고, 후송에 필요한 역학조사서 등을 작성했으며 현지 공항에 착륙 허가를 받기 위한 수속 절차에도 들어갔다고 했다. 빠르면 이달 초 에어앰뷸런스를 띄울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A씨는 “하나님은 우리가 저지른 죄까지 참고 인내하시는데 유일한 예외가 있다. 바로 의인을 살리실 때만큼은 참지 않고 나서신다는 점”이라며 “에어앰뷸런스도 하나님이 일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님이 일하시며 사용한 도구는 미션펀드였다. 미션펀드는 한동대에서 시작된 선교와 돌봄사역 ‘한몸프로젝트’ 일환으로 설립됐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협력기구이기도 하다.

모금은 쉽다. 개인이나 단체가 회원 가입 후 모금형태, 목표금액, 프로젝트 제목 등을 작성해 ‘프로젝트 방’을 만들면 미션펀드 측에서 해당 방을 모니터링한 뒤 모금을 시작한다.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은 선교사나 목회자를 위해 미션펀드가 대신 프로젝트 방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모집 방법은 응급모금이란 이름의 일시후원과 정기후원 두 가지다. 일시후원은 에어앰뷸런스처럼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진행하고 후원금은 일괄 송금한다. 정기후원은 매월 20일 결제된다.

후원도 간단하다. 프로젝트 방에서 후원하기를 눌러 금액을 설정하면 된다. 후원금은 행정 수수료 없이 전액 송금하고,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하고 있다.

원헌연 미션펀드 사무국장은 “응급모금 방식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지만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여러 차례 응급모금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션펀드 같은 새로운 형태의 후원은 선교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교단이나 단체는 선교사 안전을 위해 보험에 가입했지만 코로나19 같은 위급한 상황에선 보험금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아예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선교사도 많다.

GMS 위기관리원장인 김정한 선교사는 “GMS 소속 선교사 세 부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차례로 에어앰뷸런스로 입국한다”며 “보험금, GMS 지원과 함께 두 부부는 파송교회, B선교사는 미션펀드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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