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에서 사역 중인 고경철 선교사는 수술을 받기 위해 지난달 아내인 한순희 선교사와 한국에 왔다. 부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선교부 파송 선교사로 2005년부터 가나한인교회에서 사역 중이다.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 중이던 고 선교사는 정용구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선교사들의 독서모임이 있는데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두 선교사는 지난달 15일부터 5주간 터키 몽골 인도 레바논 우크라이나 등 34개국 80여명의 선교사들과 매주 화요일 저녁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만났다. 뉴욕 리디머교회 창립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팀 켈러 목사의 ‘결혼을 말하다’를 읽고 결혼, 부부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20일 마지막 모임인 ‘미션 북 콘서트’를 가졌다(사진).
KWMA는 코로나19 시대를 이기기 위한 선교적 방법으로 ‘온라인을 통한 선교사들의 독서나눔 모임’을 활용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독서모임은 선교사의 집단 지성을 통해 삶과 사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난 2월 16개국 45명이 참여한 1기에 이어 이번 북 콘서트 참석자들은 독서모임 2기다. 독서모임은 5주간 조별 모임인 북클럽을 갖고 6주 차에 마무리 모임인 북 콘서트를 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WMA가 선교사를 모집해 모임을 진행했고, G&M글로벌문화재단이 도서와 콘텐츠를 지원했다.
6주간 참석한 선교사들은 독서모임의 발전 가능성을 공유했다. 한 선교사는 “조별 모임에서 선교사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고 많은 걸 배웠다”며 “북클럽 덕에 병실생활이 행복했다”고 전했다. 한 선교사와 남편인 고 선교사는 병실에서도 이어폰을 꽂고 독서모임에 출석했다.
결혼에 대해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도 확인했다. 한 선교사는 “부부가 된다는 건,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사하심 없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 사역 중인 A선교사도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고민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부부간 갈등을 넘어 선교지에서 동역자와 갈등이 있을 때 해결하는 방법도 제시해 준 듯했다”며 “최근 태국 남부의 한인 선교사들과 미팅하며 독서모임을 소개했는데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독서모임의 발전을 위한 제안도 나왔다. 인천 주안대 윤순재 총장은 “독서모임을 진행하기 전 2, 3주 정도 읽기 훈련을 하면 독서모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몽골에서 복음을 전하는 B선교사는 “값싸고 질 높게 교육하는 방법이 책읽기다. 선교사 자녀인 MK와 성도 등 대상을 세분화해 북클럽을 열자”고 제안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KWMA는 하반기에도 3기 북클럽을 가질 예정이다. 9월 신청을 받아 10월부터 ‘예배, 코로나 시대 선교사의 예배’를 주제로 시작할 계획이다. 선교 국가별 권역별, MK 등 참석 대상을 세분화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