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순종할 때 놀라운 일 일어나

최상훈 서울 화양감리교회 목사가 2019년 케냐 단기선교 때 16년 만에 아모스 목사를 만나 눈물로 포옹하고 있다.




언젠가 한국에 왔을 때 ‘마사이 신발’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마사이 원주민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 그들은 오랜 시간 맨발로 다닌다. 그래서 발바닥을 만져보면 아주 단단하다. 마치 기타코드를 잡을 때 굳은살이 배겨 손가락 끝이 단단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국에서 선물 받은 마사이 신발을 신고 케냐에 가서 교인들에게 보여줬더니 신기하게 여겼던 기억이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과 예배드릴 때 임했던 주님의 강력한 임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시간 이상 일어나서 온몸에 땀이 나도록 춤추며 찬양하는 것은 기본이다. 예배시간도 3~4시간이 보통이다. 어떻게 그토록 열정적으로 예배드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들은 ‘예배에 대한 사모함’이 간절했다. 그것이 예배를 열정적으로 드리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원주민은 주일 교회로 들어가는 길목 뙤약볕에 서서 나를 기다렸다. 하루는 아내와 함께 주일 아침 원주민 교회로 가다가 차가 고장 났다. 그 바람에 자동차를 고치느라 3시간 이상 지체했다.

‘아, 오늘은 기다리는 그분들이 그냥 집으로 돌아갔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뙤약볕에서 3시간 이상 서서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평 한마디도 안 하고 웃으면서 맞이해 주는데 너무 고마웠다. 그런 사모함으로 예배 자리에 나오다 보니 예배시간마다 하나님의 임재가 충만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국목회를 하면서도 선교지에서 그들의 사모함을 일부러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지금 예배드리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

나는 2002년 케냐 서남부지역의 마사이 원주민지역인 ‘올레케뭉게 마을’에서 교회건축과 우물 파는 사역을 했다. 그 당시 케냐 남서부 지역은 선교사도 거의 없고 교회도 없었다. 그곳에 처음 갔을 때 붉은색 천을 두르고 염소를 치던 마사이 원주민 청년을 만났다. 그는 마을에서 태어나서 아침부터 밤까지 성실하게 염소만 치는 청년이었다.

이 청년은 자기 맡은 일을 아주 성실하게 감당했다. 그래서 올레케뭉게 마을의 영적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부어 달라고 3개월 작정 기도를 했다.

하나님은 반드시 하나님의 가장 적절한 때에 응답하셨다. 결국 그는 예수님을 영접했고 케냐 나이로비신학교에 들어갔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아모스라고 이름을 바꾸고 그 오지 원주민 마을의 목회자가 돼 돌아왔다. 아모스는 그 마을 전체를 구원시키는 하나님의 사명자로 쓰임 받았다.

서울 화양감리교회에서 목회하다가 2019년 교회 청년들과 함께 케냐 올레케뭉게에 단기선교를 갔다. 그런데 아모스는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목회자로 헌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청년들을 이끌고 간 그곳에서 아모스를 처음 본 순간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기쁨이었다. 서로 한동안 부둥켜안고 너무나 반가워서 눈물을 흘렸다. 단기선교를 갔던 화양감리교회 청년 모두가 그 장면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처음 아프리카 선교사역에 뛰어들 때 7년을 서원하기로 하나님과 약속했다. 2001년 아프리카 선교를 6년째 할 때다. 아내가 임신 중에 그만 풍토병에 걸렸다. 온몸에 붉은 반점이 일어났고 구토와 고열에 시달렸다. 여러 병원에 다녔지만 잘 낫지 않았다. 태아도 위험한 상태였다.

그래서 주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지난 6년 동안 교회와 학교도 세우고 최선을 다해서 선교했습니다. 하나님과 약속한 1년이 남아 있지만 임신한 아내의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일주일간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 할수록 응답은 분명해졌다. ‘상훈아, 너는 남아서 너의 사명의 자리를 지켜라.’ 순종하기가 참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말씀에 순종해서 1년 동안 선교지에 남았다. 아내는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보냈다.

첫 아이의 출산을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팠다. 그러나 순종하면 더 큰 은혜를 주심을 확실히 믿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6년 동안 사역했던 것보다 남은 1년 동안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역사와 선교 열매가 훨씬 컸다. 교회가 놀랍게 부흥했고, 3명의 마사이 원주민 청년이 신학교에 가게 됐다. 올레케뭉게교회를 통해 인근 마을까지 복음화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그렇다. 순종은 순종할 만한 일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었다. 순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순종할 때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7년간 아프리카 사역을 은혜 가운데 마치고 안식년을 겸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상훈 목사(서울 화양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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