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석 (19) 인생 3막, ‘엔젤식스플러스’ 세워 창업자들 도와

6명의 전직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은 긍휼의 마음으로 벤처 창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9년 엔젤식스플러스를 설립했다. 박종석 대표도 그 중 한명이다. 왼쪽부터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신문범 전 LG전자·LG스포츠 사장, 박종석 전 LG이노텍 사장, 김종립 전 지투알 사장과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 강민석 선임기자


인생 3막의 옵션 중 하나가 번아웃을 통한 교회봉사였다면 ‘문제를 발견하고 해답을 찾는’ 달란트를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옵션이었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돕기로 했다.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 생각했다. 그걸 실현시킨 게 바로 엔젤식스플러스였다.

앞서 고백했듯 하나님은 교회가 아닌 곳에서도 늘 믿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2019년 은퇴 후 LG에서 제공하는 사무실에 갔더니 같은 층에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과 신문범 전 LG전자·LG스포츠 사장이 있었다. 아래층엔 김종립 지투알 전 사장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 5명이 교회에 다녔다. 신 전 대표는 중고등학생 시절 미션스쿨을 다녔다.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식구 중 아픈 사람이 있으면 서로 기도해 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격려했다.

그러다 나와 신 대표가 “심심하다. 우리 뭐라도 하자”고 제안했다. 그게 엔젤식스의 시작이었다. 시니어 창업협회를 통해 사전 조사도 했다. 직접 창업하는 것보다 창업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이들을 키워주는 게 보람 있겠다 싶었다.

회사 이름은 이우종 대표가 제안했다.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해 주는 엔젤투자의 엔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천사 같은 회사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겼다. 만장일치 통과였다.

운영은 합리적으로 했다.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갖췄다. 공동대표로 하면 결제할 때 6명의 도장이 필요하지만 각자 대표이사로 하면 한 명의 도장만 있으면 됐다. 서로를 믿기에 가능했다.

다만 의사결정은 무조건 만장일치제로 했다. 다들 오랜 세월 내공이 쌓인 만큼 각자의 경험을 존중했다. 반대한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 봤다. 대화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나에겐 엔젤식스를 통한 개인적 목적도 있었다. 어느 때보다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문제를 보는 눈’을 키워주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던 시절 구성원들에게 ‘왜’를 반복하게 했다. ‘왜’를 반복해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어서다. 문제 안에 해결책이 있고,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없다는 점도 알려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겪은 인생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외면하거나 믿지 않은 이들에게 하나님의 정신을 알려주고자 했다.

하나님은 혁신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세상을 창조하셨으니 얼마나 혁신적이신가. 하나님이 보여주신 혁신의 정점은 하나님이 스스로 우리에게 오셨다는 점이다. 이렇게만 보면 혁신이란 게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새로운 걸 추구하는 게 혁신이다. 그 기저에는 문제의 발견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를 안고 살면서도 그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다. 일부 사람만 문제를 인식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창업이나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혁신의 정신을 갖고 대담하게 문제를 풀도록 돕는 게 나의 역할이 아닐까.

지금 나는 LG가 맺어준 귀한 인연이자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께 인생 3막의 삶을 살고 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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