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고난 극복 위한 창조 능력의 한 부분”

실천신대는 10일 서울 강남구 실천교회에서 미하엘 벨커(아래 사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명예교수를 화상으로 초청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토론에 참여한 이범성 실천신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박종환 실천신대 교수. 신석현 인턴기자




코로나19가 불러온 혼돈의 시대, 과학과 대화하는 신학은 어떤 모습일까.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이정익 목사)는 10일 서울 강남구 실천교회에서 ‘코로나19, 문명의 전환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제13차 국제실천신학심포지엄을 열었다. 하나님은 인간의 재난에 곧바로 등장하는 소방수나 슈퍼맨이 아니라 창조의 능력을 나눠 인간으로 하여금 과학 지식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게 하는 분이란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과학 기술이 인간의 생존은 가능케 하지만 행복에 관한 답을 주진 못한다는 점을 직시하고 종교가 기여할 부분을 찾아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현장엔 소수만 출입하고 다수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정익 총장은 심포지엄 기도를 통해 “코로나라는 어려운 현실을 주셨지만 그 안에 깊이 감춰진 주님의 섭리를 깨닫는 학문적 계기가 되게 하소서”라고 말했다.

세계적 조직신학자 미하엘 벨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명예교수는 줌으로 녹화된 영상을 통해 ‘문명전환에 응답하는 신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독일 신학계에서 위르겐 몰트만 교수의 정통성을 잇는 벨커 교수는 신학과 다른 학문의 대화를 강조하는 하이델베르크대 국제간학문신학연구소(FIIT) 대표다(국민일보 2021년 4월 28일자 30면 참조).

벨커 교수는 이범성 실천신대 교수의 독일어 통역으로 강연하며 “종교와 과학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신학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대립하는 건 양쪽에 공히 파멸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그는 “하나님은 창조의 주도권을 쥐고 계시지만 그 선한 영을 인간에게 나눠주시며 고통과 재난에 스스로 대처하게 하신다”면서 “피조세계를 인간에게 맡긴 하나님의 통치 위임은 인간에게 책임감을 요구하고 이는 과학으로 입증된 보건당국의 조치를 따를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철학을 전공한 손화철 한동대 교양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바라본 첨단기술 시대와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논강했다. 현대사회는 기술사회이며 국지적 감염병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코로나19는 비행기 선박 등 첨단 교통수단을 통해 세계로 퍼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술은 목적성 없이 개발되며 처음 의도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도 인간의 생존 그 자체만을 도울 뿐 생존 그 이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 교수는 “기술사회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답하지 못하는 물음들에 대해 교회와 신학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거기서 교회 갱신의 길과 선교의 계기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예수님은 당신의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바울은 자신의 학식을 무용하게 여겼으며, 베드로는 칼을 내려놓아야 했다”면서 “돈과 명예와 권력을 무시하고 진짜 구원이 따로 있음을 보이는 것이 기독교의 이상적 답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벨커 교수는 사전 녹화를 통해 실천신대 석·박사 과정 목회자들과 질의응답도 나눴다. 독일교회 역시 예배 회복을 열망하는 쪽과 이웃을 먼저 배려하자는 쪽으로 나뉜다는 점을 전했다. 벨커 교수는 “구약 율법에선 정의와 약자 보호를 원하면서도 또한 바른 제사를 요구했고, 예수님 앞에서도 마르다와 마리아처럼 다른 성향이 나타났다”면서 “양쪽이 상호 교류하며 접점을 좁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