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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美 경기 좋은데 고용 쇼크… 긴축 방아쇠 ‘완전고용’까진 먼 길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의 경제지표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1분기 6%대 경제성장으로 경기과열 우려가 커지자 미 재무장관까지 나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조기긴축 논란으로 증시가 출렁였다. 그러나 이번엔 불과 며칠 만에 예상보다 일자리 회복이 저조해졌다는 소식에 긴축까지 시간을 벌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경기 좋은데 고용은 배신, 왜?

4월 농업부문을 제외한 미국내 일자리 증가폭이 3월에 이어 두달 연속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당초 시장 컨센서스였다. 그러나 미국 고용통계청이 발표한 실제 수치는 예상치의 4분의 1에 불과한 26만6000명에 그쳤다. 2월 수치가 46만8000명에서 53만6000명으로 늘었으나 91만6000명으로 발표됐던 3월 수치는 77만명으로 줄었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 달러인덱스는 90포인트 초반까지 하락했다.

고용 수치가 이목을 끈 것은 그동안의 인플레이션 압박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조기긴축 논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신호를 고용회복으로 봤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에 누구보다 머쓱해졌을 이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일 것이다. 그는 지난 4일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했다가 나스닥이 1.9%나 하락하자 뒤늦게 번복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그런데 옐런 장관은 불과 며칠 후 고용쇼크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경제가 이례적인 타격을 입었고 회복하는 길은 평탄치 않을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고 다른 평가를 내놨다. 출구전략 논의 시작은 ‘100만명 이상 고용이 수개월 지속돼야 한다’고 밝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일단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4월 구인율이 5%에 육박,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비 지난 3월 일자리는 34.1%나 늘어났다. 1월과 2월 5.2%, 3% 등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큰폭이 증가세다. 임금도 상승세다. 반면 구직자는 같은 기간 -5.9%,-14.3%,-13% 등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고용지표는 둔화된 것이다.

고용지표가 배신한 이유는 뭘까. 신문은 구직기피 이유로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일자리보다 육아 돌봄을 우선시하는 현상을 꼽았다. 특히 정부의 늘어난 실업수당과 현금지원 정책이 일자리 기피를 유도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 실업지원금까지 합산해 지원받는 미국 수혜자 중 42%는 팬데믹 이전 근무 당시의 급여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고 있다. 적극적인 구직 의지를 정부정책이 막고 있는 셈이다. 이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아예 기본소득으로 정착시키려 하고 있는 한국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고용개선에는 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플레 우려는 여전, 가치주가 유리”

고용부진이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는게 보통이지만 이번엔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등 긴축 시동이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식시장은 거꾸로 호재로 여기는 듯하다. 월가에서는 특히 그동안 미 연준의 금리인상 스탠스를 약화시켜 성장주 주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오히려 경기민감주 상승이 더 탄력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제임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의 베리 제임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완전한 경제 정상화까지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 기술주보다 가치주의 매력이 빛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국내 시장에서도 철강·금속, 화학, 에너지 등 경기민감주의 주도권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며 시중 자금이 풍부해지더라도 성장주로 재집결하기보다는 물가와 관련한 부분으로 이동해 가치주의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유동성 환경은 인플레 압력을 고조시켜 전통산업 주가에 유리하다. 산업 전반의 수요를 대변하는 구리 가격이 신고가를 갱신 중이고, 곡물의 잣대인 옥수수 가격 또한 단기간에 기록적 상승을 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이라는 금융 여건은 물론이고, 제조업 경기의 호황이 경기민감주 랠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실제 최근 원자재 상승은 환율과 금리 맥락보다 실수요가 더 큰 설명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고용없는 성장’ 대책 시급

전문가들은 구직자가 모자라고 구인율이 사상최고라고 해서 노동시장의 빠른 정상화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점점 구조적으로 구직자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기술불일치(skill mismatch)’ 때문에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술불일치는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과 구직자가 보유한 기술 수준 간 차이를 말한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 서비스경제 비중 확대로 기업의 구인율과 실업률 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 곡선이 갈수록 우상향 패턴(노동수급의 미스매치 확대)을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이 추세를 더욱 심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박성우 연구위원은 “그동안 적지 않은 기업이 대면 접촉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저숙련 근로자들의 기술 불일치가 해소되고 일자리가 재배치되는 등 완전고용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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