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WHO, 시노팜 긴급사용 승인… 中 “백신외교 대승” 떠들썩

스리랑카 콜롬보 지역의 한 보건소에서 8일(현지시간) 한 의료진이 중국 시노팜 백신 첫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시노팜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한 직후 대국민 접종을 시작했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지금 안팎에서 들려오는 백신 호재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 우선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그간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물량 공세는 글로벌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발 백신 특허 면제 논의가 꼬이고 있는 사이 중국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윈난성에 짓고 있는 mRNA 코로나19 백신(ARcoVax) 생산 공장은 계획대로라면 오는 8월 완공된다. 중국 푸싱제약이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mRNA 백신은 곧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통제, 예방 접종, 백신 수출 3박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나라는 중국뿐이라는 자부심에 도취돼 있다.

“中, 연간 50억 분량 생산 가능”

WHO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목록(EUL)에 올렸다. 그동안 중국산 백신은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3상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국민 접종을 시작했고 나라별로 백신 효과가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대신 서구권 백신에 비해 저렴하고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다는 점을 내세워 개도국 수출에 주력했다.

중국은 인프라가 열악한 이들 국가에 콜드체인 장비로 백신을 실어나를 뿐 아니라 현지 의료진을 상대로 백신 접종 교육도 진행했다. 원스톱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넓히려는 취지다. 미국과 유럽이 자국민 우선 접종 방침에 따라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개도국에는 중국산 백신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다. 중국은 지금까지 80여개 국가에 2억회 분량 이상 백신을 지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WHO의 승인은 중국산 백신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됐다.

펑둬쟈 중국백신산업협회 회장은 9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WHO의 승인으로 중국 백신이 더 많은 개도국에 도착할 것”이라며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중국 백신을 긴급 사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코로나19 백신 생산 능력은 자그마치 50억회 분량에 달한다. 시노팜은 지난 6일 베이징 연구소의 코로나19 백신 공장 건설을 마쳤다. 70일 만에 완공된 이 공장이 가동되면 시노팜의 연간 백신 생산량은 30억회 분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또 다른 백신업체인 시노백도 다음 달 공장 건립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량이 20억회 분량에 달할 전망이다. 시노백 백신에 대한 WHO의 긴급사용 승인 결정은 이번주 나올 예정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백신 없이 코로나19를 억제했고 백신 생산 능력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며 “국내 백신 접종 건수와 수출 물량을 합하면 약 5억건으로 미국의 2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백신 외교에서 대승을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전 세계 백신 공급에 일조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접종분을 충족하고도 해외에 수출할만큼 생산량을 단번에 늘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의 백신 접종 건수는 지난 7일 기준 3억회를 넘어섰다. 인구수 대비 접종률은 약 20%로 미국과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WHO 승인 이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에 전체 14억 인구의 70~80%가 백신을 맞아 집단 면역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mRNA 기술도 넘보는 중국

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윈난성 위시 지역에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ARcoVax)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8월 완공해 연간 1억2000만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신화통신은 기공식 당시 “중국은 mRNA 백신에 관한 자체 지재권을 갖고 있으며 핵심 원료와 설비를 이미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ARcoVax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소와 민간 업체 2곳이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백신은 지난해 6월 중국 국가의약품감독관리국의 승인을 받아 현재 임상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푸싱제약이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mRNA 백신은 중국 출시 막바지 단계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해당 백신이 곧 중국 당국의 사용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푸동에는 백신 보관을 위한 시설이 마련됐고 저온 배송을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꺼낸 백신 특허 면제 논의가 난관에 부닥치면서 중국의 백신 공세는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정을 통해 기술 유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mRNA 기반 백신 개발 수준은 미국과 독일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기술 격차를 따라잡으려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백신 특허 면제는 드러내놓고 반대할 이유가 없는 카드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