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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코로나… 한국레슬링 ‘도쿄 드림’ 망쳤다

한국 레슬링 국가대표 김현우가 2016년 8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3·4위 결정전에서 크로아티아의 보조 스타세비치에게 6대 4로 승리해 동메달을 확정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현우는 지난 8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출전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본선행이 좌절됐다. 뉴시스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김현우(33)는 침체에 빠진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을 지킬 메달권 주자로 평가됐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3회 연속 메달에 도전했지만 코로나19에 가로막혀 일본 도쿄행이 좌절됐다. 대표팀 내 집단 감염으로 본선 진출권 2장만 손에 넣은 한국 레슬링은 이제 메달 목표의 하향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가 아직 개막하지도 않은 도쿄올림픽의 메달 판세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한국 레슬링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준결승전에서 정한재의 탈락으로 본선 진출권을 추가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마지막 희망이던 정한재는 아르멘 멜르키안(아르메니아)에게 2대 5로 석패했다. 대표팀은 세계 예선에서 본선 진출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올림픽 본선으로 출전하는 한국 레슬링 국가대표는 단 2명. 지난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통해 본선행을 확정한 남자 그레코로만형 72㎏급 류한수, 같은 종목 130㎏급 김민석만 도쿄로 떠난다. 류한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김민석은 같은 대회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에서 입상 이력이 없다.

레슬링은 한국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 자유형 페더급에 출전했던 양정모가 한국의 올림픽 1호 금메달리스트다. 이후 세계적 냉전으로 불참했던 1980 모스크바올림픽, 선수를 발굴하지 못해 침체에 빠졌던 2008 베이징올림픽을 제외하면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 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한국 레슬링의 올림픽 선수단 규모는 꾸준하게 10명 안팎을 유지해왔다. 도쿄올림픽에 파견하는 레슬링 국가대표 2명은 6·25전쟁 중이던 1952 헬싱키올림픽 당시와 같은 숫자다. 대표팀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양상으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출전에 제한을 받으면서 한국 레슬링은 69년 만에 최소 규모로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소피아 세계 예선에 파견된 대표팀 구성원 23명 가운데 지난 8일까지 집계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8명이다. 그중에는 김현우도 있다. 김현우는 지난 8일 소피아 세계 예선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1라운드를 하루 앞두고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내 출전이 불발됐다. 경기 당일 코로나19 재검사에서 음성을 확인하면 출전이 가능했지만, 김현우는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보여 출전을 포기했다.

김현우의 본선행 불발은 한국 레슬링의 도쿄올림픽 메달 전망에서 악재로 평가된다. 국내 레슬링계 관계자는 “33세 베테랑인 류한수의 투혼과 경험이 부족한 김민석의 이변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두 선수 모두 올림픽 메달 실적이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는 오는 7월 23일부터 시작되는 도쿄올림픽 본선에서도 메달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 본인의 감염, 혹은 밀접 접촉자 분류에 따른 격리로 메달 도전이 불발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개최국 일본에서는 개막일을 10주가량 앞두고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 등 4개 도시에 선포된 긴급사태를 오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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