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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美 대북정책과 북·미 대화



지난 4월 12일자 칼럼에서 미국 대북정책 리뷰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관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삼되 일단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를 통제하는 것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스몰딜식 접근법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30일자 워싱턴포스트 보도 등으로 볼 때 대북정책 리뷰 결과는 대체로 이 전망에 부합했다.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단기간 내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빅딜 추구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모두 실패한 전략으로 규정하고 그 대신 조준되는(calibrated) 실용적(practical) 접근을 한다. 둘째,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합의(phased agreement)를 목표로 하며 일단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 완화의 교환으로 시작한다. 셋째, 보도에서 인용된 고위 관리는 물론 그 이후 백악관 대변인, 국무장관 등이 모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과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다.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북한은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큰 방향에서는 긍정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구체적 쟁점에 대한 미국 입장이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느낄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 주장에 소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적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고 언급한 정도가 유의미한 입장 표명이다. 그렇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행동에 당장 나설 조짐은 없고 북한에 대화에 나설 것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단계적 합의는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대북정책 리뷰 결과에 대해 언급한 모든 미국 관리들이 이를 강조했다. 미국 내 보도에서 인용된 관리는 새로운 접근법을 한 걸음씩(step by step) 나아가는 접근법으로 규정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표현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협상에 나오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북한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차이가 있지만, 북한은 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미국 대북정책이 어떤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대화 문제보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한 미국 입장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한 선택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미대화나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될 경우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방향으로 한반도 정세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대한 조기 관여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서 해결이 필요한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양보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북한을 대화로 나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이란 핵협정 재가동을 위한 협상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에서 이탈해 생긴 문제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협정 복귀 이전에 이란이 협정이 작동하지 않을 때 취했던 조치들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대화 진행이 어렵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미국이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추진한다는 신호를 더 분명하게 주는 것이다. 오는 21일 진행될 한·미 정상회담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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