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조세계 돌보는 건 인간의 의무… 보수·진보 초월해 연합해야

하나님의 창조세계 보전은 기독교인의 책임이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5년 지구의 날을 맞아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이다. 미주 대륙 전경. 국민일보DB
 
뉴질랜드 에그몬트 국립공원. 국민일보DB
 
미국 루이지애나주 아차팔라야강 하구. 국민일보DB


2018년 10월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2040년 지구에 큰 환경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내용의 특별 보고서를 제출했다. 전 세계 언론이 곧 닥칠 수도 있는 환경 위기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환경 종말론이 등장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적극적인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에 붙잡아 두기 위해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시간으로 변환한 ‘기후 시계’는 지금도 빠르게 줄고 있다. 기후 시계 홈페이지(climateclock.world)를 보면 4일 현재 6년 242일 남았다.

일부에서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기독교인에게 돌리기도 한다. 창조세계를 보전하기보다 지배와 정복만 앞세우며 지구 환경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창세기 1장 28절이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한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는 내용이다. 이 구절 중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문구가 환경 파괴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신학자들은 이 성경 구절을 둘러싼 오랜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성경은 창조세계와 인간 사이의 조화와 화합을 강조했다는 게 신학자들의 설명이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는 “창세기 1장 28절에 나오는 ‘다스리라’의 히브리어는 ‘라다’로 ‘선정을 베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히브리어 성경에는 좋은 왕이 백성을 사랑으로 돌보는 것처럼,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지구 환경과 모든 생명체를 사랑으로 돌보라는 뜻인데 이를 정복과 군림으로 해석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보고 싶고 읽고 싶은 대로 성경을 이해했다”며 “정작 성경에는 지구 환경, 피조물과 조화롭게 살라는 걸 강조하는 구절이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골로새서 1장 20절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를 언급하면서 인간과 지구, 그 안의 모든 생명체와의 화목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성경의 희년 제도처럼 때가 되면 경작도 잠시 쉬는 게 순리에 맞다. 개발지상주의를 중단하고 쉼이 있는 개발을 정착시키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며 “속도만 앞세운 개발이 결국 무분별한 파괴로 이어지고 한번 파괴된 지구가 본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은혜 장로회신학대 교수도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스스로 현현하신 곳이 바로 지구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걸 믿고 고백하는 기독교인이라면 기후위기를 막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하나님이 이 땅의 모든 생명을 만들었고 살게 한다는 창조신앙부터 회복하자”고 권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지구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책임있게 응답하는 삶의 방식으로 당장 전환해야 한다”며 “인간만의 창조세계라는 인식을 넘어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사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지구환경을 돌봐야 한다는 걸 교회에서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신학을 가진 교회들이 창조세계를 지키는 데 관심이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적 성향의 교회들이 환경운동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보·보수 기독교 사이의 갈등도 이런 현실에 일조했다. 군사정권과 싸우던 진보 기독교 중 일부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환경운동으로 운동 방향을 틀며 주도권을 선점했다. 보수 기독교계는 환경운동에 동의하면서도 오랜 세월 반목하던 진보 기독교가 주도하는 환경운동에 참여할 기회를 놓쳤다.

송준인 총신대 교수는 “개인의 구원만 지향하는 신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의 피조세계 전체를 돌보는 데로 신앙적 관심이 옮겨가야 한다”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 성향이 장벽으로 작용할 순 없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교회 담임목사인 송 교수는 교회 안에 환경절제부를 조직하고 교인들과 환경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현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사도 맡고 있다. 송 교수는 “개발에 눈이 먼 인간이 동물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인수 공통 감염이 시작된 게 바로 코로나19”라며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신학자가 직접 환경 운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프랑스 신학자 자크 엘륄(1912~1994)은 이미 1930년대부터 기후변화를 예측한 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재앙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엘륄은 자신이 살던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해안을 보호하기 위한 협회를 만든 뒤 무분별한 개발계획에 저항했다. 그의 노력으로 프랑스 아키텐주의 아르카숑의 필라를 지켰다. 아르카숑의 필라는 유럽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 남았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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