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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우유광고가 500만뷰… MZ세대 공략 ‘유튜브 마케팅’ 뜨겁다

게티이미지


재미만 있다면 광고도 일부러 찾아보는 시대가 됐다. 기업들이 유튜브 광고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적게는 50만뷰부터 많게는 500만뷰까지 관심을 모은 영상들의 주요 장면. 빙그레 아이스크림 슈퍼콘과 마루 시리즈 광고인 '창과 방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배우 주지훈이 출연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광고 '씻고/바유'. 유튜브 영상 갈무리


래퍼 마미손의 핑크 돼지바 뮤직비디오 '피기'. 유튜브 영상 갈무리


만두 언팩쇼로 눈길을 끈 CJ제일제당 '뉴비비고 왕교자 언팩쇼'. 유튜브 영상 갈무리


씨유튜브 'CU 쫀득한 마카롱' 제조 과정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구두를 잘라 속을 보여주는 엘칸토 '구두해체쇼'.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에서 인기 영상이 되는 데 '장르'의 제한은 없다. 흥미롭거나, 유익하거나, 놀랍거나, 웃기거나, 신기하거나, 무섭거나…. 그 가운데 하나만 확실히 해도 장르 불문 인기를 모을 수 있다. 그 영상이 심지어 광고여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재미만 있다면 그것이 광고라 할지라도 유튜브 시청자들은 '보고 또 본다'.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창과 방패] 오마이걸이 증인으로 출석한 이유는?' 제목의 영상은 빙그레 아이스크림 '슈퍼콘'과 '마루 시리즈' 광고다.

정극 배우 박호산, 최무성, 김주헌이 출연해 법정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재판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진지하게 이어지는 영상에 간접광고(PPL)처럼 슈퍼콘이 증거물로 등장하고, 느닷없이 걸그룹 오마이걸이 증인으로 나와 공연을 펼친다.

대체 무슨 맥락인가 싶은 내용의 광고가 무려 5분 넘게 이어지는데, 시청자들은 오히려 열광한다. “5분짜리 광고를 두 번 돌려봤다” “내용은 병맛인데 연기는 고퀄” “광고를 검색까지 해서 봤다” 등의 반응이 댓글로 줄을 이었다. 지난달 3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556만(2일 오후 2시 기준)을 기록했다.

‘창과 방패’ 영상보다 빠르게 500만뷰를 넘어선 광고도 있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 TV 광고 영상인 ‘씻고바유’다. 배우 주지훈이 출연한 이 영상은 지난달 7일 유튜브에 올라왔고 2일 515만뷰(오후 2시 기준)를 기록했다. ‘씻고 난 뒤 먹는 바나나맛 우유’라는 내용을 15초 안에 담은 이 영상은 ‘강렬하고 치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고도 적당히 해서는 눈에 띄기 힘들다 보니 다양한 실험을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주류 소비자층으로 진입한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공략하기 위해 동영상 콘텐츠에 심혈을 기울이는 게 대세다. 표현과 연출에서 많은 제약을 받지 않는 유튜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결과 성공적인 광고 콘텐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창과 방패’에 이어 ‘씻고바유’까지 히트 영상을 잇달아 내놓은 빙그레는 식품업계에서 이 분야의 맨 앞줄에 서 있는 기업이다. 빙그레의 공식 채널인 ‘빙그레 TV’는 병맛 캐릭터 빙그레우스를 앞세워 인기를 모았고, 유튜브가 10만 구독 채널에 주는 실버버튼을 받았다. 식품업계에서 실버버튼을 받은 것은 빙그레가 처음이다. ‘창과 방패’ 영상이 걸린 ‘빙그레 아이스크림 TV’도 구독자 수 7만(2일 기준)을 바라보고 있다.

빙그레가 ‘재미’를 공략했다면 롯데제과는 ‘정보’에 치중했다. 약 7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제과는 소속 임직원들이 출연해 제품 개발부터 마테팅까지 과정을 설명해주거나, 리뷰를 함께하는 토크쇼 방식 콘텐츠로 구독자를 모았다.

잘 만든 영상 하나로 시선을 사로잡는 경우도 있다. 롯데푸드 신제품 ‘돼지바 핑크’의 광고 뮤직비디오 ‘피기(PIGGY)’는 힙합 뮤지션 마미손과 협업으로 307만뷰(2일 오후 2시 기준)를 돌파했다.

돼지바 핑크의 광고 영상 ‘피기’는 탄생 과정도 흥미롭게 진행됐다. 고무장갑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마미손이 돼지바 핑크 출시 소식을 듣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적었다. “핑크색이면 솔직히 나한테 광고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마미손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고, 롯데푸드가 뜻밖에도 즉각 화답하면서 광고 뮤직비디오 ‘피기’가 만들어졌다.

연예인이 제품이나 브랜드 광고 모델을 하고 싶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일은 흔하지만 실제 모델 기용이 성사되는 일은 드물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진행된 과정마저 즐거워했고, 뮤직비디오는 “광고 수준을 넘어선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의 ‘뉴 비비고 왕교자 언팩쇼’ 영상도 화제였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언팩’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만두 언팩쇼는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갔다. 강기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글로벌 R&D센터장이 신제품을 소개하는 가운데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가 곁들여지면서, ‘진지함’과 ‘재미’의 믹스매치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이 ‘왕교자 언팩쇼’는 약 2주 만에 65만뷰(2일 오후 2시 기준)를 넘어섰다. 이 영상에 대해서는 “만두에 진심이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스테디셀러가 베스트셀러인 식품업계에서는 ‘아는 맛’을 색다르게 알리는 게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이 됐다”며 “누구나 아는 맛을 소비자들이 사게끔 만들려면 눈길을 끄는 장치들이 계속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통해 젊은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는 편의점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10~30대 소비자가 주 소비층인 편의점 업계는 다른 유통채널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편이다.

2012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CU와 GS25는 이미 탄탄하게 구독자 수를 확보해 놨다. 편의점 업계의 유튜브 채널은 광고 방송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 더 가까운 이미지다. CU의 유튜브 공식 채널 ‘씨유튜브’는 업계 최초로 공식 구독자 수 50만명을 넘어섰다. CU는 최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5명의 유튜버를 모집했는데 12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MCN 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형태의 협업 또한 예고했다.

GS25가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에는 ‘가장 예능에 진심인 편의점 채널’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GS25는 올해부터 공식 채널 명칭에서 회사 이름을 빼고 ‘이리오너라’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간판을 걸었다. 예능형 콘텐츠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낡은 이미지가 신선하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 제화 브랜드 엘칸토는 지난달 ‘구두해체쇼’ 영상을 공개해 10~20대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구두해체쇼는 플랫슈즈, 롱부츠, 스니커즈 등 엘칸토의 신발 제품을 자르고 쪼개서 속살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톱으로 인텐스 바이 엘칸토의 ‘독일군 스니커즈’를 해체한 ‘스니커즈 해체쇼’는 10대들이 즐겨 찾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2주 만에 50만뷰를 돌파했다.

엘칸토 관계자는 “소비 과정에서 재미와 경험을 먼저 추구하는 MZ 세대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며 “60년 장인 정신을 이어온 엘칸토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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