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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40>] “서툴게 써내려간 ‘아빠’ 글씨 볼 때 힘 나”

지적장애를 가진 지영(가명)이가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 자택에서 그림책을 읽고 있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영(가명·지적장애)이는 아버지 김준호(가명·52) 목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넸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다가 호기심 많은 목소리로 “기자가 뭐야”라고 묻기도 했다. 조금 어눌하지만, 밝고 누구보다 찬양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가족들이 지영이의 장애를 늦게 알아챈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영이는 2019년에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 김 목사는 우울증을 앓는 아내와 함께 2018년 부부 심리치료를 받던 중 상담사의 제안으로 세 남매 중 둘째 지은(가명·14)이와 지영이의 심리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두 아이 모두 정식 검사를 통해 지적장애 3급 진단을 받았다. 김 목사는 “조금 느리다고만 생각했지 장애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처음엔 낙심해서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가족들은 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출산한 후 심한 산후 우울증을 앓았던 아내는 그 이후에도 무기력과 우울 증세에 시달리다가 2019년 5월 병원에서 우울증과 조현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4개월 전부턴 전신에 피부질환이 생겼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간 마찰이 잦아졌고, 첫째인 아들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 목사는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는 동시에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김 목사는 지난해 사역하던 교회로부터 사임 권유를 받았다. 코로나19로 교회 사정이 어려워진 탓이었다. 새로 사역할 교회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교회에선 사역지를 옮길 때까지 사례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사택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줬지만, 김 목사는 지난 1월 다음 목회지가 정해지기도 전에 사임을 결정했다. 김 목사는 “교회 형편을 이해하면서도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과 어쩌면 사역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암담하기만 했다”며 “붙잡을 수 있는 건 신앙뿐이었다. 정말 절실하게 기도했다”고 전했다.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김 목사는 지난 3월부터 한 작은 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일하고 있다. 사례비는 적지만 사역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김 목사에게 큰 위로가 됐다. 교인들도 김 목사의 가정을 환대해줬다. 주민센터를 비롯한 주변의 도움으로 사택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올해부터는 밀알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지은이와 지영이의 언어·미술 치료도 늘려갈 계획이다. 한글을 거의 읽지 못했던 아이들이지만, 치료 후 지은이는 TV 자막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지영이도 이제 받침이 없는 글자는 읽고 쓴다. 지영이가 서툴게 그린 그림에 ‘아빠’란 글씨를 써서 가져다줄 때,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 ‘주를 앙모하는 자’를 즐겁게 부를 때 김 목사는 큰 힘과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김 목사의 바람은 지영이와 가족 모두 건강을 회복하는 일뿐이다. 그는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고 저도 사역할 교회를 찾아서 아이들을 더 잘 치료하고 돌볼 수 있길 바란다”며 “훗날 저와 아내가 없더라도 아이들이 직업을 가지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3월 25일~4월 27일/ 단위: 원)

△구자숙 50만 △김전곤 정선호김정희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장성주 장경환 정인경 조동환 은혜 양승옥 황의선 10만 △김덕수 6만 △정영숙 이동하 김성수 정광민 최찬영 연용제 고넬료 조점순 최찬영 5만 △무명 4만9400 △최기영 4만5115 △장영선 한승우 박영신 무명 김연중 김선화 김영자 김미옥 이병천 2만 △명지혜 무명 김광일 김명래 김애선 여수93김동호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고양=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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