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조세계 지키는 작은 실천이 복음 전하는 길”

다리놓는교회 로비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 모습. 청주=신석현 인턴기자
 
청주에서 환경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지난 5일 성공회산남교회에 모였다. 왼쪽부터 오동균 신부, 백영기 홍승표 김인규 목사. 청주=신석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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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창조세계를 위협합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물론 자연재난 빈곤 난민 등 여러 문제가 여기서 비롯합니다. 국민일보는 지구의 날인 22일부터 연중기획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를 시작합니다. 기후위기로부터 하나님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의 이야기를 집중 보도합니다. 국제사회 기후위기 공동대응을 위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소중한 동참 움직임도 현장 중심으로 전달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기도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충북 청주 다리놓는교회(김인규 목사) 로비에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자는 친환경 소비운동이다. 교회는 주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교회의 얼굴과도 같은 공간에 상점을 냈다. 친환경 생필품을 파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은 전국에 70여개가 있는데 교회 1호점이 바로 다리놓는교회다.

“어서 오세요.” 지난 5일 교회를 방문한 기자에게 김인규(33) 목사가 인사를 건넸다. 2016년 교회에 부임한 김 목사는 전통적인 목회를 지향하던 교회를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전초기지로 변화시켰다. 김 목사가 가장 먼저 시도한 건 환경공부였다.

김 목사는 “부임 직후 청년들과 수요일마다 함께 환경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환경 감수성을 키웠고 교회를 변화시킬 기초체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고 난 뒤에는 실천하고 싶었다”며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제안하니 교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제로 웨이스트 상점은 지난해 문을 열었다. 상점을 열기 위해 청년뿐 아니라 전 교인이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 유미호)이 진행하는 온라인 환경선교사 과정을 이수했다. 환경 감수성으로 무장한 교인들은 일사천리로 상점 오픈을 준비했다.

상점에는 다양한 친환경 상품이 진열돼 있다. 샴푸와 주방세제 등을 직접 가지고 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 덜어 살 수 있는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천연 수세미와 폐유로 만든 비누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김 목사는 모든 교회가 제로 웨이스트 상점과 같은 적극적인 환경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속한 교단이 보수적이다 보니 교회도 그 영향을 많이 받으며 변화를 꺼렸었다”며 “우리 교회도 이렇게 한 걸 보면 어떤 교회든 의지만 있으면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도 교회라는 생각 없이 상점을 찾아 필요한 것도 사고 쉬었다 간다”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호흡하는 데 이보다 좋은 게 없다”고 소개했다. 교회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으로 원래 교회명도 ‘낙원순복음교회’였다. 보수적인 교단이 환경운동에 소극적이라는 편견을 깨는 것도 이 교회의 사명 중 하나다.

청주에는 김 목사보다 먼저 환경 목회를 시작한 선배들이 있다. 김 목사와 함께 오동균 성공회산남교회 신부와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홍승표 길벗교회 목사 등 환경 목회의 선구자들이 이날 성공회산남교회에 모였다. 속한 교단이 다른 교회들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교회 네트워크 회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백 목사는 “환경을 보호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아름답게 가꾸려는 목회자들이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점이 많다”며 “엄청난 일을 하는 건 아니어도 교단을 초월해 환경보호 활동을 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신부도 “전통이 다른 교회들이 녹색교회를 지향한다는 건 결국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며 복음도 전하는 길”이라며 “무엇보다 환경을 사랑하는 이들의 연합을 통해 청주가 환경을 보호하는 도시로 변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홍 목사는 “가까운 곳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걸 보며 오히려 배우는 게 많다”며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으니 긴 세월 환경을 사랑하며 목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네 명의 목회자는 이날 환경주일인 6월 첫째 주일에 어떻게 예배를 드릴지 논의했다. 이들은 매년 환경주일마다 함께 예배를 드린다. 2019년에는 성공회산남교회 근처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예배를 드렸고 지난해에는 다리놓는교회 옆 부모산에서 예배를 드린 뒤 쓰레기 줍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올해 예배는 길벗교회를 중심으로 드리기로 했다.

김 목사는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교회들이 계속 늘어난다면 결국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교회하면 환경이 떠오를 정도로 많은 교회가 환경보호운동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청주=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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