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2] “고난은 전화위복의 기회,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나아가세요”

선지연 감독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에서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자신의 소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청년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달란트를 믿으라”고 조언했다. 신석현 인턴기자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에서 만난 선지연(47) 감독은 가방에서 이 말씀이 적힌 가죽 책갈피를 꺼내 건넸다. 자신을 ‘사업가이자 예술가’라고 소개한 선 감독은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최우수단편영화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우수상 등을 수상한 영화감독이자 영상제작사 ‘썬더즈픽처스’의 대표다. 그가 늘 붙잡고 있는 말씀처럼 선 감독이 만든 영상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며 조금씩 선을 이루고 나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선 감독이 처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던 건 아니다. 그는 아주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명확한 매체가 무엇이 될진 모른 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하며 살았다.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선 감독의 첫 직업은 국제 패션회사의 상품기획자였다. 그는 “우연히 선배의 권유를 받았는데 직장생활도 훗날 이야기를 전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첫 직장에서 2년 반쯤 일했을 때 하나님이 ‘영상으로 소통하는 때가 오니 영상을 준비하라’는 음성을 받아 곧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작은 영화사에 취직하면서 선 감독의 영화 인생이 시작됐다. 4년간 영화산업을 경험한 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빨간 고추’ 등 아카데미 실습작을 거쳐 2006년 발표한 단편영화 ‘그녀의 핵주먹’이 각종 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핵주먹은 고약한 술버릇을 가진 애인과의 갈등을 풀어가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뮤지컬과 판타지 형식을 더해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다.

선 감독이 영화에서 담고자 하는 메시지는 ‘관계’다. 동생이 에이즈에 걸리면서 자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룬 ‘자매 이야기’ 역시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선 감독은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하나님이 그 관계 속에서 일하신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일하시는 가운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1㎝씩이라도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영화를 할수록 영화가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는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 2010년 썬더즈픽처스를 차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썬더즈픽처스는 그의 또 다른 마당이 됐다. 광고와 캠페인 영상 등 다양한 영상을 만들어본 경험이 빠르게 변화하는 영상 트렌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선 감독은 “청년 시절엔 남들이 인정하는 큰 성공을 했을 때 소명이 이뤄지는 거로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면서 “계속해서 변하는 세계 속에서 내 영혼의 중심을 유지하면서 뭔가를 해내고 있다면 이 역시 소명을 이루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 다양한 경험이 결국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일로 연결되는 것처럼 오늘 하는 일을 귀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한다면 순간순간에 하나님이 역사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고난에 관한 다른 시각도 갖고 있다. 그는 고난을 겪은 후 일어나는 전화위복에 주목했다. 선 감독은 “하나님이 왜 이 고난을 나에게 주셨을까 원망하듯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 고난도 하나님이 주신 ‘발전하고자 하는 본성’을 가진 우리가 무수한 선택을 한 결과물”이라며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 속에서도 하나님을 놓지 않고 부르짖는다면 그 안에서 하나님이 자기 자신을 온전히 볼 수 있는 눈을 주신다. 그 눈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한 걸음 나아갈 때 전화위복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최근 두원공대에서 객원교수로 학생들에게 영상연출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곧 드라마와 영상 제작도 앞두고 있다. 도전을 거듭하며 살아온 그가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달란트를 믿으라”는 것이다.

“살아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우리 몸에서 수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게 바로 생명이죠. 하나님이 주신 귀한 생명 자체가 달란트이고, 생명이 있는 모두가 이 세상에서 고유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하나님이 귀히 여기시는 각자의 안에 있는 잠재력을 믿으세요. 작은 것이라도 이뤄낸 자신을 인정해주세요. 그런 우리를 사용해 하나님께서 합력해 선을 이뤄가실 거라고 믿습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