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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폰 영광 후 쇠락의 길… LG휴대폰 26년 만에 퇴장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다. 23분기 연속 적자에 누적 적자 5조원을 기록한 사업을 더는 끌고 갈 수 없다고 결단한 것이다.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피처폰(사진)으로 영광을 누렸던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실패한 것은 ‘기본기’를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7월 31일을 끝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한다고 결정했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시장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에 집중하며 가격 경쟁이 심화했다”면서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5월 말까지 휴대전화를 생산하며, 사업 종료 후에도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사후 서비스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사업 종료에 따른 거래처와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3700명가량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직원들의 고용은 유지하며, LG전자 내 다른 사업본부나 LG 계열사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공장과 연구소가 있는 경남 창원,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에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은 2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을 합병했다. 첫 브랜드 ‘화통’을 시작으로 피처폰 시절 싸이언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2005년 출시한 초콜릿폰은 LG전자 휴대전화의 영광의 역사다. 전 세계에서 1500만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하며 LG전자가 2010년 3분기 휴대전화 시장 글로벌 ‘톱3’까지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후 샤인폰, 프라다폰 등의 히트상품도 나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늦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2007년 처음 출시한 이후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LG전자는 피처폰 중심의 사업을 이어갔다. 삼성전자가 2010년 갤럭시S를 선보이며 스마트폰으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옮긴 반면 LG전자는 2012년에서야 옵티머스G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전개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피처폰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르려 하다 어려움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 삼성전자 등이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한 사이 LG전자는 후면 가죽 소재 사용(G4), 주변기기 탈부착 모듈형(G5), 화면 회전 스위블(윙) 등 독특한 제품으로 이목 끌기에 나섰다.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LG폰은 내구성이 떨어지고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같은 사후 지원이 잘 안 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앱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내구성, 사후 지원 등 보편적인 부분이 중요했는데 LG전자는 특화기능을 강조하고 기본기는 중시하지 않아 시장에서 외면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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