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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미래·K배터리 운명, 바이든 손에 달렸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오른쪽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제1 공장 조감도. 각사 제공


우리나라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배터리의 미래가 미국 새 행정부에 좌우될 상황에 놓였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고 하면서 삼성전자는 미국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미국 사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은 12일 반도체 및 자동차 업체들을 초청해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제네럴모터스(GM),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업체 외에 삼성전자도 초대됐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핵심 관계자들이 주관하는 회의인 만큼 삼성전자는 누가 참석할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부문장 김기남 부회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 등이 거론된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공급 부족을 계기로 미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텔은 최근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기로 했다. 때문에 삼성전자에도 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등에 17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를 검토 중인데 이외에도 추가 투자를 요청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에서 14나노 이상 공정의 물량만 만들고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은 한국에서만 하고 있다.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초미세공정도 미국 내에서 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악관이 직접 나선다고 하면 삼성전자로서도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면서 “세제 혜택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 삼성전자로서도 받아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3년째 이어온 배터리 전쟁도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10년간 조지아주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1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은 사실상 미국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에 대비해 미국 공장 철수 및 유럽 이전 비용 등을 컨설팅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선례가 없는 만큼 ITC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정책과 ITC가 LG에너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예비 결정을 내린 데 기대를 걸고 있다.

ITC는 지난 2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LG에너지솔루션의 제재요청을 기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필요한 문서를 삭제했다며 제재를 요청했는데 ITC는 “근거 없는 LG의 일방적 주장으로 문서가 잘 보존돼있다”고 판단했다.

김준엽 권민지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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