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중심의 변혁 이끈 신약시대처럼 고착화된 관습 타파해야

김선배 한국침례신학대 총장(왼쪽)이 지난달 24일 대전 유성구 캠퍼스에서 신학과 졸업생인 권길성 들녘농업회사법인 대표로부터 마스크 20만장을 전달받고 있다. 이날 학교는 전교생에게 마스크를 100장씩 나눠줬다.




예배는 ‘다 같이 묵도합시다’로 시작하는 것이 정통일까. 예배 마지막의 축도는 목회자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침례(세례)는 누가 베풀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의 답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하더라도 사실 이러한 예전은 대부분 문화적 산물이기도 하다. 예배 시간 광고가 소통 방법이 매우 제한된 시대에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과 같다. 지금은 예배 시간 말고도 교회 소식을 전할 통로가 많다.

구역예배와 헌금 방법, 예배 시간, 목사안수 제도, 장례·결혼 문화, 찬송가와 교회 음악, 신학대학 제도 등 수많은 교회 전통은 특정 문화 속에서 형성됐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화석화돼 버리기도 한다.

굳어버린 화석을 깨뜨려야 하는 변화의 시간이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 및 부조화라는 격동을 실시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소통 방법의 대변혁은 교회에도 그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 교회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소통의 변혁을 수용하는 것이다. 교회의 ‘모이는’ 예배와 행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대립적 시각에서 대응해선 안 된다. 오히려 흐름을 바꾸는 변화로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복음의 본질은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그 소통과 전달 방법은 유연하게 적용했던 신약의 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신약성경은 400여년 동안 구전, 문서화, 신학화, 성문화, 정경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27권으로 확정됐다. 이 기간은 일면 영적 전쟁터였고, 군사강국의 지리적 확장으로 문화와 문화가 융합하면서 변화의 부침을 반복하던 기간이었다.

예수님 당시 성전과 제사는 여전히 신앙의 중심이었다. 더불어 포로 기간에 성전 제사를 대신했던 회당도 귀환 후 계속해서 존치됐다. 그러면서 성전과 회당, 즉 제사 중심과 율법 중심 간의 긴장 관계가 절정에 이르렀던 때라고 할 수 있다.

그 긴장의 한복판에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이 핵폭발처럼 던져졌다. 예수는 태풍의 중심이 됐다. 그 소용돌이는 주변 세계를 그 세력의 영향권 안으로 모으며 문화의 새로운 명멸을 발생시켰다. 여러 면에서 신약 시대의 변혁 환경은 지금의 코로나19 시대와 유사하다. 즉, 우리도 변혁의 회오리 한가운데 들어온 것이다.

변화와 진보의 시기를 맞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예배와 신앙생활, 절기, 의례 등은 그 기원과 근거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소통의 방법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어떤 소통의 역할을 하는지 총체적인 통찰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은 한 시대의 플랫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율법처럼, 아니면 그 율법을 지키기 위한 장로들의 유전처럼 고착되진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벌써 많은 교회는 이번 부활절을 맞아 주의 만찬(성찬식)을 다양하게 기념하기 시작했다. 포도주와 빵을 개인용 키트로 제작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성도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실시간 줌 화면을 열어 각자의 처소에서 성찬에 참여하도록 한다.

모임 인원수가 제한되자 설교자, 찬양 인도자, 예배 인도자가 각자의 처소에서 줌을 열어 놓는다. 성도들 각자도 화면 속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예배를 드린다. 예배당에 앉아 강대상만 일방적으로 보며 예배를 드리던 방식보다 교인 간의 친밀도가 더 면밀하게 느껴진다.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은 결국 ‘문화 충격’으로 압축해서 말할 수 있다. 주변 문화의 변화가 충격일 수 있고, 이로 인한 변화를 수용하는 대신 이전의 고착된 방법으로 돌아가려는 저항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소통 문화는 이미 생활의 프레임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상황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줬다. 그 방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적응하고 있다.

어떤 분은 이번 기회가 교회에서 알곡과 쭉정이가 구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점의 변화는 프레임의 변화 속에서 이뤄진다. 이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일 수 있다. 결과는 더 지켜볼 일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한국교회 상황은 교회 구조와 신앙생활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변화와 개혁은 현실이 됐다. 이 지점에서 교회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신약 시대의 변혁은 사도행전에서 볼 수 있듯 ‘오직 성령’으로 구현됐다. 그때도 지금도 성령의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제 고착화된 비본질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약교회를 모본으로 ‘오직 성령’으로 사도행전의 역사를 구현하며 뼈를 깎는 ‘처치 이노베이션’(church innovation)을 해야 한다. 소통의 방법과 문화는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이 시대가 성령 시대라는 사실이다.

김선배 한국침례신학대 총장(전국신학대학협의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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