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선교사로 17년간 현지 사역 후 귀국 주성학 제주 조수교회 목사

주성학 제주 조수교회 목사가 지난 4일 교회 목양실에서 최근 발간한 책 ‘인도에 피는 이야기꽃’을 들고 인도 그리스도인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주 목사는 지난해까지 17년간 인도에서 선교사로 사역했다.
 
조수교회 전경.


“성탄절에 40명에게 세례를 했어요. 또 세례를 주기 위해 교육하고 있어요.”

주성학(50) 제주 조수교회 목사가 지난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 모임에서 전달한 인도인 제자 목회자의 말이다. 목회자가 되기 전 힌두교 사제였던 제자는 일상처럼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기독교를 배척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주 목사가 인도에 세운 ‘코너스톤 목회자 아카데미’에서 훈련받은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다시는 아내를 때리지 않았고, 가난한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복음을 전하며 세례를 주는 목회자가 됐다.

주 목사는 인도에서 17년간 선교사로 사역하고 지난해 3월 한국으로 돌아와 조수교회에서 국내 목회를 시작했다. 그는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도이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무슬림이 있는 인도 땅에 교회를 세우고 목회자 아카데미를 만들어 복음을 전했다.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교육을 이어가며 ‘선교적 목회’를 꿈꾸는 그를 지난 4일 교회에서 만났다.

주 목사가 인도 사역을 결심한 건 1997년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1학년 때였다. 하나님께 받은 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그는 휴학하고 1년간 인도 오지의 보육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 목사는 “어느 날 힌두교 사원에서 축제하는 모습을 보는데 하나님이 제 마음에 스바냐 3장 17절 말씀을 넣어주시며 인도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셨다”며 “그 자리에서 펑펑 울며 인도에서 복음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와 신대원을 졸업한 주 목사는 2003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파송 선교사로서 인도로 떠났다. 그가 말하는 인도 사역은 ‘사막에 물 뿌리기’였다. 부족한 재정과 여름엔 50도가 넘는 날씨도 힘들었지만, 기독교가 소수종교인 인도 땅에서 느끼는 영적 고립감이 컸다. 2005년 개척한 국제교회도 2년간은 성도가 전혀 늘지 않았다.

돌파구가 돼준 건 2008년 시작한 ‘코너스톤 목회자 아카데미’였다. 현지 목회자가 미래가 없다며 절망하는 모습을 본 주 목사는 그와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첫 제자였다. 교회 부흥만을 바라던 제자가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기도제목으로 정할 때쯤 제자의 교회 성도가 수십 배 늘었다. 소식을 들은 인도 각지의 목회자가 아카데미를 찾았다.

주 목사는 “아카데미는 재정을 지원하거나 성도를 늘리는 사역의 비법을 전하는 게 아니라 목회자들이 스스로 교회를 세우고 사역할 수 있도록 기독교 가치와 정신을 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훈련 받은 목회자가 다시 제자를 훈련하고, 이들이 서로의 사역을 후원하는 구조를 만들어 현지인의 재정만으로도 아카데미가 잘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아카데미와 함께 주 목사의 국제교회도 부흥했다. 주 목사는 “함께 공부하면서 내 마음도 기본으로, 하나님께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인도 스리랑카 등 7개 국가의 성도 120여명이 문화 계층 인종의 한계를 넘어 함께 예배드렸다. 언어적 한계를 느낀 주 목사는 7년 사역 후 외국인 성도들을 주변 교회로 파송한 후 다시 첸나이한인장로교회를 세웠다. 그러나 일부 성도가 교회를 떠나지 않으면서 한인교회였지만,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가 됐다. 주 목사는 “출신 배경과 관계없이 서로를 환대하고 사랑하는, 성화된 성도들의 모습이 널리 알려진 교회였다”고 회고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에 돌아와 정착했지만, 선교의 끈을 놓진 않았다. 그는 매달 2번씩 줌으로 아카데미 제자들과 모임을 이어간다. 최근엔 인도에서 만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담은 책 ‘인도에서 피는 이야기꽃’을 출간했다. 카스트 제도 아래 가난한 환경과 기독교를 향한 핍박 속에서도 결코 소망을 놓지 않는 인도 기독교인의 신앙 이야기다.

주 목사는 인도에서의 17년을 ‘목회적 선교’, 조수교회에서 이어갈 사역을 ‘선교적 목회’라고 표현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부임한 조수교회는 2006년부터 인도 히말라야 시킴 지역의 렙차족을 위해 신학교와 도서관을 설립하는 등 선교의 소망을 품어온 교회다.

주 목사는 “앞으로의 선교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여전히 유목민, 선교사로서 정체성을 품은 채 특정 장소나 문화, 관계에 매이지 않고 매일의 부르심을 좇아가며 조수교회만의 새로운 선교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