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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동충하초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여자선수들이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1500m에서 금메달, 1만m에서 금·은을 땄고 3000m에서는 3개 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육상감독 마쥔런(馬俊仁)이 훈련해 ‘마군단(馬軍團)’으로 불린 중국 선수들은 90년대 중반 세계 여자육상 중장거리 부문을 휩쓸었다. 마 감독은 기압이 낮은 고산지대에서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켰고 동충하초 액을 섭취토록 했다.

동충하초(冬蟲夏草)는 겨울에 죽은 곤충의 몸에서 기생하다가 여름이 되면 풀처럼 돋아난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인삼 녹용과 더불어 대표적인 보약으로 여겨졌고, 진시황과 양귀비가 애용했다고도 전해진다. 93세까지 장수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즐긴 오리 찜 요리인 충조전압탕에도 이 버섯이 들어간다. 동충하초는 피로 회복과 체력 증진 외에 폐를 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티베트에서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고산지대 박쥐나방 애벌레에 기생하는 자연산이 원조다. 성질이 까다롭지만 국내에서는 90년대 말 누에에서 동충하초를 인공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의 한 빌딩 지하에서 열린 동충하초 건강식품 사업설명회가 코로나19 진원지로 부상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27명 가운데 2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n차 확진도 잇따르고 있다. 설명회를 주관했던 여성이 앞서 서울의 동충하초 모임에서 광복절 집회 확진자와 접촉한 게 원인으로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사례를 두고 동충하초와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기를 평면 비교하는 건 그저 웃자고 하는 것일 터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민이 깊어진다. 이번엔 귀성을 포기해아 할지, 그래도 부모님 얼굴은 뵙는 게 옳은지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요즘 건강식품이 인기라는데 방역수칙 지키기 어려울 바에야 선물로 대신하는게 더 나은 것인지….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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