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국악찬양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이지원(왼쪽)·송연 자매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민요자매’로서의 삶과 비전을 소개한 뒤 엄지를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지원·송연 자매가 인터뷰를 마친 뒤 부모님과 함께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KBS아트홀에서 열린 제14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시상식에서 가수 김장훈과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사랑가’ 중)

가녀린 몸에서 터져 나오는 ‘반전 성량’에 놀라기 무섭게 앳된 얼굴이 무색할 만큼 애절한 목소리가 가슴을 친다. 구성진 가락이 울려 퍼지는 동안 곱게 펼쳐 보이는 너름새(몸짓)엔 가사에 담긴 서정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두 사람은 소녀이기보다 예술가였다.

이지원(19) 송연(12) 자매는 각자의 이름보다 ‘민요 자매’라는 팀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TV와 라디오, 각종 무대에서 350여회 공연을 펼치며 감동을 줬다. 비엔나 잘츠부르크 프라하 울란바토르 방콕 등 해외 도시에서 20여 차례 우리 가락을 선보이며 민간대사 역할을 해왔다.

올해로 12년째 경기민요를 배우며 알리고 있는 지원양에게 무대는 기적을 노래하는 현장이다. 지원양은 두 살 때 희귀질환인 윌리엄스증후군 판정을 받아 지적장애를 안고 자랐다. 유독 악기와 노랫소리에 반응을 보이는 딸을 유심히 지켜보던 어머니 곽진숙(48)씨 덕분에 음악으로의 길을 낼 수 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다가도 TV에서 음악이 나오면 뚫어지게 화면을 바라보더라고요. 지원이가 나고 자란 공주시에 충남교향악단과 연정국악원이 있어서 기회 될 때마다 연주회에 데려갔는데 또래 아이들이 졸고 있을 때도 무대에 집중하는 모습에 확신이 생겼죠. 음악이 지원이에게 최고의 친구가 돼줄 거라고요(웃음).”

시행착오도 있었다. 피아노 교습을 받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건반에서 손을 뗐다. 악보를 보는 데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음악은 한 갈래 길이 아니었다. 집 근처 판소리 전수관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았다. 첫 수업 받던 날 “소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은 지원양은 악보 없이 듣고 따라 부르는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지원양은 2017년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와 TJB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에서 잇따라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해 하반기부터는 언니를 따라 노래를 시작한 송연양과 호흡을 맞추며 공연 영역을 넓혔고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이사장 최공열)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에 날개를 달았다.

2018년엔 일본 동경골드콘서트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한인문화축제에 초청돼 ‘한오백년’ ‘밀양아리랑’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밀양아리랑 공연을 본 보리스 페레노(비너 뮤직 아카데미) 학장은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인 것도 놀라운데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놀랐다. 대단한 아티스트다”라고 극찬했다.

민요 자매의 무대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공연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함께 무대에 오른 동생이 언니의 자리를 잡아주면 언니는 동생의 음정을 잡아준다. 송연양은 “무대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할 땐 음악으로 한 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공주 중앙장로교회(김진영 목사)에서 국악 찬양곡 ‘예수가’를 불렀던 순간은 가족 모두에게 삶의 전환점이 됐다.

“최공열 이사장님 전도로 교회에 가게 됐고 김진영 목사님 위임식날 국악 찬양곡으로 두 딸이 공연을 하게 됐어요. 그날 네 식구가 함께 교회에 등록했죠. 전 어머니 따라 평생 절에 다녔고 남편은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딸과 찬양 들으며 공연 준비하는 과정에 신앙적 울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교회에 나간 지 2주째 만에 시험이 닥쳤다. 알고 지내던 음악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간 자리에서 5000만원짜리 계약서를 받았다. 감독은 민요 자매의 음색에 딱 맞는 곡이 있다며 악보 3개를 주곤 음반 녹음과 전국 투어를 제안했다. 투어 후 추가로 5000만원이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처음 맞이한 고액의 제안이었지만 곽씨는 단칼에 선을 그었다.

민요 자매의 아버지 이영식(47)씨는 “악보를 보니 찬불가였고 투어는 전국 사찰을 돌며 공연하는 일정이었다”며 “솔직히 몇 주만 더 일찍 제안받았다면 지금쯤 두 딸이 ‘찬불 민요 자매’로 활동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민요 자매는 또 다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국악찬양을 부르는 민요 명창이 되는 것이다.

“나사렛대 음악목회학과에 입학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어요. 올 하반기엔 국악찬양 앨범을 발표할 거예요. 전 세계에 대한민국 민요와 국악찬양을 알리는 행복한 소리꾼이 되고 싶습니다.”(이지원)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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