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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대만 “홍콩인이여, 오라”… 헥시트 본격화하나

지난 1일 주권 반환 23주년을 맞아 행진에 나서 보안법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홍콩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위기감을 느끼는 홍콩 시민들의 국외 이주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영국과 대만, 미국 등이 홍콩인의 이주를 적극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수많은 홍콩인이 해외 이주를 실행에 옮기면 전례없는 ‘엑소더스’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하원에 참석해 “홍콩보안법의 제정과 시행은 영·중 공동선언의 중대한 위반으로 여겨진다”며 “홍콩인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영국해외시민(BNO) 여권 소지 이력이 있는 모든 홍콩인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BNO 여권 소지자는 5년간 영국에서의 거주와 노동이 보장된다. 5년 후에는 정부가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하고 다시 1년 후부터 시민권 신청을 허용한다.

지난 2월 기준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은 35만명가량이다. 과거 소지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300만명에 달하는 홍콩인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도 홍콩인 이주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7월 1일부터 홍콩인의 대만 이주를 돕는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이 문을 연다”며 “대만은 민관 합동으로 협력해 홍콩인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타이베이에 새로 문을 연 판공실은 대만으로 이주하려는 홍콩인에게 진학과 취업, 투자 등 대만 정착에 필요한 문제를 돕는 원스톱 이민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만은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사태나 2014년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등 홍콩의 정치·사회적 안정이 흔들릴 때마다 이민을 받아들인 전례가 있다.

홍콩보안법 시행을 강력 비판하며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공언해온 미국도 홍콩인들을 적극 수용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지난달 30일 ‘홍콩 피난처 법’을 발의했다. 홍콩에서 정치 활동을 이유로 탄압을 받았거나 받을 위험이 크다고 인정되는 홍콩인들에게 미 정부가 난민 지위를 부여할 수 있게 한 법이다.

WSJ는 이 법이 구체적으로 2019~2020년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를 조직한 사람이나 시위에 참여해 체포·기소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취재 중 피해를 본 언론인 등을 망명 대상으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법의 대상으로 선정된 이들은 가족과 함께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호주 정부도 홍콩 시민에게 약 3년 동안 호주에 거주할 수 있는 임시보호 비자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이날 국방전략 개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중 “영국이 홍콩 시민에게 제공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최종 결정을 내리면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인구가 이동되면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에서 자본을 빼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이 38만4000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며 “싱가포르 등 다른 금융허브로의 홍콩 외화 유출은 전년 대비 44%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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