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 보며 걷기… “이곳에 평화 주소서”

정성진 해마루광성교회 목사(오른쪽)가 29일 경기도 연천 원당교회 앞 정원에서 장신대 신대원 학생들과 복음통일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천=강민석 선임기자


한 발 내디디고 한 숨 들이쉬며 맘속으로 되뇐다. ‘주님, 이 땅에 평화를 주소서.’ 호흡기도인 동시에 걷기기도다. 신학생들이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을 걸으며 생명과 평화를 묵상했다.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생 30명은 29일 북한과 인접한 경기도 연천과 파주 일대 DMZ 주변에서 ‘DMZ 생태 평화 여행’을 했다. 장신대 동아리 오이코스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주관하고 미국장로교(PCUSA)가 후원했다. 오이코스는 헬라어로 하나님의 집, 온 세계 등을 뜻한다. 오이코스 동아리의 주 관심사는 생태신학이다.

신대원 1~3학년에 재학 중인 이들을 정성진 해마루광성교회 목사가 맞이했다. 정 목사는 지난해 대형교회인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정년보다 5년 일찍 은퇴한 뒤, 파주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는 작은 교회 겸 수도원인 해마루광성교회로 적을 옮겼다. 북녘과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가 통일을 위한 기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였다.

‘민통선 북방주민 출입증’을 보여주며 정 목사는 70주년을 맞이한 6·25전쟁을 설명했다. 남한과 유엔군 소속 16개국 및 북한 중국 소련 등 총 20개 국가가 맞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규모가 컸던 전쟁이며 3년 1개월 2일을 끌었고 137만명의 사망자와 400만명의 부상자, 30만명의 미망인과 10만명의 전쟁고아, 1000만명의 이산가족을 낳은 비극의 역사를 설명했다. 정 목사는 에스겔 37장에 나오는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통일 이야기를 전하며 “분단이 오래될수록 남북갈등이 심화하고 미움의 골이 깊어가지만, 우리는 성경적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념이라는 우상과 핵무기라는 가증한 물건을 버리고 저쪽서 ‘미움의 대포’를 쏘면 우리는 ‘사랑의 원자탄’을 쏘아 복음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이코스 동아리 지도교수인 김은혜 장신대 교수가 생태와 평화의 여정에 동행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신록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곳이지만 6·25전쟁 이후 2000년대까지도 지뢰를 밟아 팔다리가 잘린 주민들이 나오던 눈물과 고통의 땅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개인의 구원 열차를 타기 위해서만 달려오던 삶에서 하나님 사랑의 대상을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으로, 즉 하늘 바람 나무 꽃으로 넓히며 신음하는 생명과 대화해 보길 바란다”며 “이 땅에서 이 장소에서 하나님을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유미호 살림 센터장은 “DMZ는 전쟁과 분단 때문에 생겨났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를 보전한 곳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아이러니를 묵상하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마음 깊은 곳에서 느끼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학생들은 오후 파주 DMZ 인근의 한 수목원 둘레길을 침묵으로 걸으며 생태와 평화를 묵상했고 연천 원당교회(김광철 목사) 예배당에 모여 ‘지구돌봄서클’ 활동을 했다. 하루의 걷기 여정을 떠올리며 스스로 생각하는 생명과 평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신대원 3학년이자 오이코스 동아리 회장인 장해림(35)씨는 “생명과 평화라는 주제를 지속해서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서 “특별하고 특수한 분야가 아니라 목회를 꿈꾸는 신학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필요한 과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천=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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