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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스포츠] 손흥민만 돌아오나 … 다 뜬다, EPL의 별들

사진=신화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왼쪽)와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2월 1일 홈구장 안필드에서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득점한 뒤 부둥켜 안은 채 자축하고 있다. AP뉴시스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재개가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영국 정부와 EPL 사무국이 17일(현지시간) 정규리그를 재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에서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은 만큼 EPL 20개 구단은 전례없는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EPL 역사상 가장 길었던 중단 기간과 무관중 경기, 중립구장 개최 등 각 구단 입장에서는 승패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른바 ‘코로나19 휴식기’는 EPL 역사상 최대의 악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축구팬 입장에서 이번 휴식기가 리그를 흥미지진하게 만들어준 부분도 있다. 구단마다 부상을 입었던 선수들이 대부분 돌아와 완벽한 전력을 갖춘다는 점이다. 부상 선수가 한꺼번에 회복되는, 게임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실제 시즌 중에 벌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유럽대회 진출 싸움이 더 볼만해질 전망이다.

유럽 진출 경쟁, 완전체로 붙는다

가장 크게 웃는 건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다. 공격의 양축인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헤리 케인과 손흥민이 함께 복귀한다. 토트넘은 두 선수가 이탈한 뒤 모든 대회를 통틀어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공격 축이 무너지면서 이를 메우려다 미드필드가 붕괴하고, 수비 가담이 활발하던 2·3선 전열이 망가진 탓에 수비력까지 떨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 부상자가 적던 지난해 11월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뒤 내리 3연승을 달렸던 걸 생각하면 반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미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터라 리그에 집중할 수 있단 점도 긍정적이다.

토트넘의 경쟁상대는 얄궂게도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이다. 아스널은 토트넘과는 반대로 주전 수비수들이 잇달아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부진을 거듭해왔다. 8월 복귀가 예상되는 수비자원 칼럼 체임버스를 제외하면 키어런 티어니, 소크라티스와 슈코드란 무스타피, 엑토르 베예린 등 주전 수비자원이 온전히 돌아왔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로 대표되는 공격진의 위력은 이미 상당하다. 곧 계약 만료인 수비수 다비드 루이즈까지 활약한다면 금상첨화다. 리그 막판인 37라운드에서 맞붙을 두 팀은 유로파리그 진출권 7위 바로 밖인 8, 9위다.

객관적 전력에 비해 ‘돌풍’을 불러일으킨 팀들에게도 휴식기는 분명 플러스요소다. 3위 레스터 시티, 승격팀임에도 7위를 달리는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여기 해당한다. 주전급 자원들의 휴식으로 후반기 꺾였던 기세를 만회할 기회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두 팀 모두 하락세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휴식기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다만 주전 선수들이 짧은 시즌 준비기간 때문에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별들의 무대를 향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 싸움도 볼만하다. 런던의 강호 첼시 FC와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4, 5위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맨유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이탈했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돌아온다. 월드컵 우승멤버인만큼 기량은 의심할 데 없지만 계약 문제로 잡음이 많았다. 시즌 중반 합류한 플레이메이커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중원에서 어떤 조합을 이룰지가 관건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미래이자 주포 마커스 래시포드의 복귀도 반갑다. 좋은 호흡을 자랑했던 앙토니 마샬과 다시 활약한다면 더 높은 자리를 노려볼만하다.

첼시는 부상 복귀자가 많다. 미드필드의 주 동력인 은골로 캉테를 비롯해 멀티플레이어 루벤 로프터스치크가 돌아온다. 유망 공격수 태미 에이브러햄과 윙어 크리스티안 풀리시치의 복귀 역시 든든하다. 시즌 중단 전까지 10경기에서 4승에 그치는 등 부진했던 걸 만회할 기회다. 다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최근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는 등 논란이 있어 분위기를 추스를 필요가 있다. 시즌 뒤에는 UEFA 징계로 내려졌던 이적시장 참여금지 조치가 풀리기 때문에 양질의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해야한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EPL 재개 관련해 부상 관리는 빼놓을 수 없는 이슈”라면서 “재개 준비기간이 짧아 이미 훈련하는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일정이 빡빡하고 교체인원도 늘어난만큼 달라진 환경에 각 팀에서 대처하느냐가 남은 시즌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대회 진출을 노리는 팀들에게는 또다른 외부 변수가 있다. 이달 예정된 4위 맨체스터 시티의 UEFA 항소심이다. 기존의 유럽대회 출전 2년 금지 징계가 확정된다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진출 가능 순위가 한 단계씩 내려올 수 있다. 항소심 결론이 시즌 중에 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30년 소원성취’ 앞둔 리버풀 속내

리그 우승 경쟁은 다소 심심하다. 전통의 강호 리버풀이 30년만에 리그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려면 남은 9경기에서 승점 6점만 따내도 족하다. 2, 3위인 맨시티와 레스터 시티와의 격차가 충분히 벌어져 있어 사실상 ‘자신과의 싸움’이다. 시즌 중단 직전 왓퍼드에게 충격패를 당했고 다른 3경기에서 모두 1점차 진땀승을 거두는 등 분위기가 다소 하락했지만 휴식기를 충분히 가진 현재는 신경쓸 거리가 아니다.

리버풀의 걱정거리는 외려 경기장 바깥에 있다.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여전한 탓에 숙원을 성취한 뒤에도 축하 행사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승 세리머니로 통상 실시되는 리버풀 시내 거리 퍼레이드는 언감생심이다. 현지 리버풀 팬들로서는 수십년을 꿈꿔온 순간에 선수들을 마주할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다.

영국 경찰은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버풀 경기에 중립구장 개최를 적용하려 검토 중이다. 지역매체 ‘리버풀 에코’에 따르면 현재 중립경기장 개최가 거론되는 경기 5개 중 3개가 리버풀의 원정경기다. 이중에는 유명한 지역 라이벌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도 있다. 만에 하나 이 경기에서 우승이 확정되면 난처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리버풀의 팬들이 흥분해 리버풀 시내로 쏟아져나온다면 구단은 물론 경찰조차 대처방안이 마땅치 않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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