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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vs 41명… 부산 부녀·예천 모자 ‘마스크’가 희비 갈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유입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마스크를 한 시민이 의자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부산 부녀(父女)는 썼고, 경북 예천 모자(母子)는 안 썼다.’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부산 128번째 확진자(58)와 129번 확진자(25)는 코로나19 감염사실을 전혀 모른 채 열흘 동안 일상생활을 했다. 두 사람과 접촉한 사람은 무려 1100명이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부녀로부터 감염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 9일 양성판정을 받은 경북 예천의 모자 역시 감염사실을 모른 채 일주일 이상 일상생활을 했고, 접촉한 사람 64명 중 무려 41명에게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겼다.

두 가족이 거의 같은 상황이었음에도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였다. 부산 부녀는 철저하게 마스크를 낀 채 지역사회를 다녔지만, 예천 모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시 보건 당국은 22일 부산 부녀 관련 접촉자 1165명 중 1130명에 대한 코로나19 확진검사를 진행해 단 1명만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버지인 128번 확진자는 부산 동래구 동인고교 행정실 직원이고, 딸인 129번 확진자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부산의료원 간호사였다.

이들은 지난 8일 고열과 호흡기 증세 등 첫 증상이 있었지만, 열흘이 지나 확진됐다. 코로나19 감염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아버지는 직장인 동인고와 부산 강서구 새날교회, 경남 김해의 찻집, 북구 사전투표소, 경남 함안의 어머니 집 등을 방문했고, 딸은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에 출근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이들로부터 감염된 사람은 1명에 그쳤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두 부녀의 경우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나 교회에서의 예배, 버스 탑승, 병원 근무 등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이들이 평소 감염 예방수칙을 제대로 준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딸인 129번 환자와 접촉한 부산의료원 직원 961명을 전수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럼에도 병원 측은 밀접접촉자 131명을 자가격리했다. 아버지인 128번 환자와 함께 예배를 본 교회 신자 147명도 음성판정을 받았다. 안 과장은 “교회 CCTV를 확인한 결과, 교인 전원이 감염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예배를 진행했다”고 했다.

단 한 명의 확진자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동인고의 환경미화원으로, 별도의 공간에서 같이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마스크를 벗었을 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9일 경북 예천에서 발생환 4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의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부산 부녀와 정반대다. 두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동네 목욕탕, 술집, 식당 등을 방문했고, 직접 접촉한 사람들뿐 아니라 5, 6차 감염까지 일으켜 무려 41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양산했다. 예천군에 따르면 역학조사를 통해 두 모자의 마스크 착용이 확인된 것은 어머니가 병원과 약국을 들렀을 때 이외엔 없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마스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게 바로 이 두 사례”라며 “일일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앞으로도 감염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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