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조성진… 전세계 연주여행, 방랑자의 고독 담아

다음 달 8일 2년 만의 앨범 ‘방랑자(The Wanderer)’를 발표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피아노를 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Christoph Kostlin, DG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이 돌아온다. 다음 달 8일 발매되는 2년 만의 앨범 ‘방랑자(The Wanderer)’를 통해서다. 한국인 최초로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세계적 연주자로 발돋움한 조성진의 음악적 편력과 고민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기교와 지구력을 요구하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과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S.178’, 그리고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Op.1’로 구성됐다. 그래서 같은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한 앞선 앨범 ‘쇼팽’(2016) ‘드뷔시’(2017) ‘모차르트’(2018)와 달리 별도 타이틀을 달았다. 조성진은 앨범 발매 서면 인터뷰에서 “‘방랑자 환상곡’은 무조건 넣고 싶었다”면서 “옛날부터 예술가들은 여행을 많이 하는데, 그런 점이 현대 뮤지션과도 공통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방랑은 ‘성장’의 과정이다. 2012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 간 조성진은 콩쿠르 우승 후 베를린으로 이사했지만 1년에 넉 달 정도만 집에 머물 수 있다. 세계 무대 곳곳을 다니면서도 하루 4시간씩 녹초가 될 정도의 연습은 빼놓지 않는다. 이런 생활이 주는 고독함에 대해 조성진은 “가끔 외로움을 느끼지만 외동으로 자라서인지 힘들지는 않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번 앨범 가운데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 본인도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고 평한 작품이다. 리스트의 소나타 역시 피아노 레퍼토리 가운데 어렵기로 유명하다. 조성진은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걸 감추는 게 제일 어려웠다”며 “음악이 먼저 들릴 수 있도록, (내가) 테크닉적으로 편해야 했다”고 전했다.

최근 조성진은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제안으로 온라인 공연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련된 공연이었는데, 7.90유로(약 1만500원)의 입장료에도 900여명이 슈베르트 가곡 콘서트를 지켜봤다. 조성진은 “실제 관객이 없어 어색했는데, 갈수록 진짜 콘서트를 하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국내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한 조성진이지만, 알맹이 없는 대중화에 대한 고민도 깊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클래식화를 주장하는 그는 “클래식을 팝이나 K팝처럼 많은 사람이 동시에 즐기기 어렵다”면서 “클래식은 방대한 게 매력이다. 사람들이 각자 취향에 맞춰 음반을 사고, 연주회를 가는 그런 방향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조성진은 오는 7월 김해를 시작으로 울산 천안 등에서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는 “7월 공연이 꼭 성사되길 바란다”면서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을 전했다. 이어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음악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요즘 더욱 절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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