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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없는’ 한국이 옳았다… 식량난 걱정은 기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된다. 우려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현상이 ‘사재기 열풍’이다. 패닉에 빠진 각국에서는 사재기에 보존 식품이 동났다는 뉴스가 연일 들려온다. 현상만 본다면 식량난은 이미 코앞이다.

코로나19는 정말 세계와 한국에 식량난을 가져올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에 불과하다. 주식(主食)인 곡물의 생산량은 풍작 덕에 늘었고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 일손이 부족한 채소 등 신선식품 생산 전선도 대체 인력 투입이라는 탈출구가 있다.

곡물 부족? 전 세계가 ‘풍년’

일단 곡물 시장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쌀·잡곡·밀 등 세계 곡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6460만t(2.4%) 늘어난 27억2060만t이 예상된다. 소비량은 27억2150만t이 예상돼 생산량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 그친다. 올해 예상되는 곡물 재고량(8억6110만t)을 고려하면 부족분을 보완하고도 남는다.

한국이 수입에 의존하는 밀·옥수수·대두 품목을 따로 떼어 봐도 부족 현상은 벌어지지 않는다. 되레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품목이 눈에 띈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대두와 옥수수는 t당 131달러, 314달러에 거래됐다. 거래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12.1%, 3.2% 하락했다. 수입한 대두·옥수수는 대부분 축산용 사료로 쓰인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사료 부족은커녕 가격 상승 요인조차 없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2일 “올해 전반적으로 풍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옥수수는 에탄올 수요 급감까지 겹쳐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노동집약’ 신선식품은 군인 효과

곡물과 달리 ‘노동집약’ 산업인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은 국가에 따라 코로나19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제한된 탓이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애초 농번기가 시작되는 이달까지 입국하기로 했던 계절 근로자는 1523명이었지만 1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일손 부족은 생산 저하, 가격 상승의 연쇄 반응을 부른다. 2014년 에볼라가 창궐한 서아프리카에서 이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군인을 탈출구로 삼았다. 국방부는 지난 8일부터 농가가 가까운 군부대에 인력 지원을 요청하면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일손을 채우면서도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없다. 현지 사정에 맞는 해소 방안을 찾을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곡물·신선식품 모두 원활한 수급을 유지하려면 전제가 있기는 하다. FAO는 전 세계가 생산·유통을 아우르는 ‘식품 공급 사슬’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국가의 식량 수출 제한 움직임을 겨냥했다. FA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는 식품 무역에서 수출 금지를 포함한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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