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그림 보면 서울 곳곳이 명승”


 
김수철의 ‘한양전경도’(종이, 19세기, 국립중앙박물관). 혜화1117 제공
 
강세황의 ‘남산과 삼각산’(18세기, 개인). 혜화1117 제공
 
김윤겸의 ‘백악산’( 종이, 1763, 국립중앙박물관). 혜화1117 제공


미술사가 최열(64·사진)씨는 가히 우리 시대의 저술가다. 1991년 ‘한국현대미술운동사’(돌베개)를 시작으로 지금껏 30여 종의 책을 썼다. ‘이중섭 평전’ ‘박수근 평전’ 등 근대미술 분야의 독보적인 연구자인 그가 최근 ‘옛 그림으로 본 서울’(혜화1117)을 냈다. 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출판사 ‘혜화1117’에서 저자를 만났다.

“책에 실린 그림을 보면 한양(서울) 곳곳이 명승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옛 그림을 통해 서울을 재발견 하기를 권했다. 책은 서장에서 서울 전체를 조망한 뒤 도봉산, 삼각산(북한산), 백악산, 세검정, 인왕산, 서소문, 창덕궁, 혜화문, 남산, 광나루, 노량진 등 지역별 명소를 파노라마처럼 훑는다.

근대미술 전문인 그가 웬일로 조선시대 회화에 대해 썼는지 의문이 들지만, 이 책이 약 20년에 걸친 연재와 발품의 결과물이라는 걸 알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2002년부터 사보, 잡지 등 매체를 옮겨가며 단양팔경, 관동팔경 등 조선시대 명승을 그린 회화를 소개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 책은 그 중 서울에 관한 것만 모아 정리한 것이다. 글을 쓸 때마다 그림 속 현장을 찾아 무수히 답사를 갔고, 문헌을 뒤져 사실을 확인했다.

‘조선왕조실록’ ‘연려실기술’ ‘한경지략’ ‘택리지’ 등 옛 문헌을 끼고 살았다. 답사의 현장감과 연구의 풍성함이 씨실과 날실처럼 직조되어 있다. 서울을 그린 실경산수, 기록화, 지도, 계회도, 아회도 등 125점을 담았다. 읽는 책을 넘어 보는 책을 지향한 편집이 책장 넘기는 재미를 더한다.

도봉산을 보자. 그곳이 조선의 개혁가 조광조가 사랑했던 장소였음을, 또 그를 추모한 송시열이 바위에 글씨를 새겨 흠모의 마음을 담은 장소였음을 알려준다. 19세기 ‘한양가’에서 도봉산을 어떻게 묘사했는지도 놓치지 않는다. 백미는 그림이다. 도봉산을 그린 거의 모든 조선시대 그림을 모았다. 개인 소장가의 안방에 꼭꼭 숨은 그림들까지 발굴해서 모았다. 공공기관 소장품이라도 대중은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19세기 화가 북산 김수철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한양 전경도’는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 강세황이 그린 ‘남산과 삼각산’은 수채화 같아 이채롭다. 이런 신선함 때문에 책장을 넘길 때면 다음엔 또 어떤 그림이 나올까 궁금함이 앞선다. 세검정 그림만 해도 익히 알려진 겸재 정선의 작품뿐 아니라 유숙, 권신응 등 다양한 화가의 그림을 소개한다.

그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만 되풀이 소개하는 조선 서화사의 대중적 영토를 확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새롭게 추천하고 싶은 작가로 명문세가 출신이지만 서자여서 평생 그림에 자신의 생애를 의탁했던 진재 김윤겸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조선시대 화가 열전을 쓰고 싶다. 이를테면 김윤겸 전집, 심사정 전집 등을 내고 싶다”고 했다. 이미 근대화가 열전인 ‘화전-근대 200년 우리 화가 이야기’(2004)를 쓴 바 있다.

이번 책에 대해 요약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자부했다. “조선 시대 서울 그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더 찾을 힘도 없고, 더 나올 것도 없을 것 같아 냈어요.”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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