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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정의당의 추락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

무슨 일을 하려다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도리어 손해만 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정의당의 형편이 딱 그렇다.

정의당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정의와 공정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여당 편을 들었다. ‘정의당을 위한 법’이라는 말까지 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기 위해서였다. 지역구 의석 대비 정당득표율이 높은 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제 특성상 정의당은 교섭단체까지 가능하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비례 위성정당 출현으로 모든 게 틀어졌다.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길을 선택했다. 정의당이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통과시킨 새 공직선거법의 효과는 사실상 제로가 됐다.

이 와중에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내정된 류호정(28) 당 청년 공동선대위원장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졌다. 류 위원장은 대학 시절 지인에게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대신하도록 해 게임 등급을 높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대리 게임’ 논란은 그의 게임회사 입사·퇴사 관련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청년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성을 건드렸다는 지적이지만 정의당은 류 위원장에게 적격 판정을 내렸다.

한국갤럽의 3월 3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정의당은 전주보다 2% 포인트 떨어진 4%를 기록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최저치다. 노회찬 전 의원 사망 직후였던 2018년 8월 지지도가 15~16%였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해 말 9~10%를 거쳐 올해 들어 6~7%를 횡보하다 급락했다. 리얼미터의 같은 기간 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도가 3.2%로, 국민의당(3.9%)에도 뒤졌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어그러진 게 당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공정의 가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조 전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을 때부터라는 의견이 많다. “노 전 의원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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