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신천지’



대한민국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신천지(新天地)’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꽃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분증을 들고 약국 앞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을 이어가고 있다. 공무원도 아닌 약사가 정부의 지시를 받아 마스크를 공급하는 세상이 됐다.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호흡기 질환자,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 등에 대한 배려도 없다.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1주일에 한 번, 최다 두 장이 허락될 뿐이다. 이러다간 쌀과 빵, 과일과 채소, 기저귀와 분유를 사기 위해 요일별로 줄을 서고 신분증을 내밀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예배당에 모여 주일성수를 지키지 않는 것도 한국교회사에 기록될 것 같다. 1884년 황해도 소래교회에서 최초의 예배가 시작된 이래 136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말미암아 걷잡을 수 없는 전염병 확산이 발단이었다. 더구나 이단 종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특이한 집회로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증식됐다.

국민일보는 1988년 창간 이래 줄기차게 이단 사이비 척결을 촉구하는 기사와 기획특집으로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일부 메이저 언론도 눈감아주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익에 반하는 특집기사로 신천지를 미화했다. 이를 이용한 신천지는 명백히 정통 기독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 각 부처로부터 각종 표창패와 감사패를 받아 오면서 ‘괴물’ 같은 존재로 성장했다.

결국 신천지 집단의 광적인 집회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속이는 혹세무민의 결정판임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 급기야 정부가 신천지 집단을 전수조사하고, 유사 예배 행위를 금지했다. 그 불똥은 대구와 경북 지역 교회에 떨어졌고, 그 여파가 지금은 전국 각지에 있는 정통 교회들에 퍼져나갔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코로나19보다 더 빠른 속도로 교회가 전염병의 온상인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국민 보건과 사회 공익에 앞장서야 하는 공교회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종교 집회 전면 금지 긴급명령 검토’ 카드를 꺼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앙의 자유는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겁니다. 일개 도지사 따위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가치가 아녜요”라고 비난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 내 종교 지도자들마저 강력히 반발하자 나흘 만에 사전 방역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종교시설에 한해 행정기관으로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행정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누가 뭐래도 예배가 명령으로 중단돼선 안 된다.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교회가 화답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앞으로 걱정이 더 크다. 무엇보다 이 엄중한 국가 재난 수준의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묘하게 교회를 통제하는 도구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교회는 일제 강점기에도, 6·25전쟁 중에도 기도와 예배를 멈추지 않았다. 주기철 목사는 서슬 퍼런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굴하지 않고 일사각오의 순교신앙을 지켰다.

올해는 6·25전쟁이 남긴 아픈 역사 속에서도 두 아들을 죽인 공산주의자를 용서해주고 양아들 삼아 아픔을 승화시킨 손양원 목사 순교 76주년을 맞는 해다. 교회 새벽종 소리를 시작으로 예배를 드린 한국교회는 늘 우는 자와 함께하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성전에서의 예배는 기독교인들에게 소중한 의식이다. 그렇기에 강제적인 행정명령에 의한 예배 금지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천지가 온 나라를 뒤흔들면서 민심이 흉흉하다. 이런 틈을 타 일부 위정자들이 사태의 본질과 해법을 찾기보다 정치적 계산에 의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제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이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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