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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췌장암 5년 생존율 12%… 40세 이후엔 복부초음파 검사를

이대서울병원 소화기센터 간담췌외과 민석기 교수팀이 복강경 췌장절제수술을 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췌장암 절제수술에도 복강경 사용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흔히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아프거나 갑자기 살이 빠지면 가벼운 소화불량이나 일시적인 신경성 위장병으로 여겨 방심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자주 반복된다면 한 번쯤 소화기계통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칫 암으로 신음하는 췌장이 보내는 SOS 구조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췌장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평균 12.2%에 그칠 정도로 치료율이 안 좋다. 한국인이 잘 걸리는 10대 암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췌장암 진단=사망선고’란 일반 인식이 강한 이유다. 실제 국내 췌장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병원을 찾고 있다. 혹시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재발률이 70~80%를 웃돈다. 그래서 조기발견과 예방 노력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췌장암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대서울병원 소화기센터 간담췌외과 민석기 교수에게 물어봤다.

-췌장암은 어떤 암인가?

“말 그대로 췌장에 생기는 암이 췌장암이다. 췌장은 15㎝ 정도의 길쭉한 장기로, 명치 부위의 위와 대장 뒤쪽에 가로 형태로 파묻힌 모습이다. 배보다는 등 쪽이 더 가까운 곳이다. 등 통증이 있다고 할 때 의사들이 췌장 쪽을 의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췌장은 편의상 머리와 몸통, 꼬리 등 크게 3부위로 나눈다. 머리는 췌장에서 가장 넓고 큰 부위로 우리 몸통의 오른쪽에 위치한 십이지장과 붙어 있다. 꼬리는 왼쪽 몸통 비장 근처에 존재한다.

췌장은 소화와 관련된 효소를 분비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같은 영양분의 흡수를 돕고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 위에서 내려온 산 성분을 중화시키는 중탄산도 분비한다. 췌장암의 약 70%는 췌두부(췌장머리) 쪽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은 세포 종류에 따라 신경내분비종양, 선종 등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선종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앓은 암이 췌장신경내분비종양이다.”

-초기에 발견해도 치료가 어렵다고 들었다.

“어떤 암이든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한결 쉬워진다고 하지만, 췌장암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조기에 발견, 치료한다고 모두 결과가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크기가 작다고 해서 치료가 쉽거나,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해서 치료 결과를 낙관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물론 어느 경우든 발견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 및 진단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병세가 상당히 깊어지기 전까진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사실이다. 증상이 있다고 해도 가벼운 소화불량 정도의 복통이나 더부룩함 등 흔한 복부 불편감과 큰 차이가 없다. 간과 더불어 ‘침묵의 장기 형제’라 비유할 정도로 췌장은 암이 생겨도 거의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보통 췌장암 환자들이 건강검진 중 복부초음파검사를 받고 우연히 발병 사실을 알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도 경계심을 가져야 할 증상이 있다면?

“그 중 흔한 증상이 복부 통증이다. 둔한 통증이 주로 상복부에 나타난다. 통증이 등 아래쪽으로 뻗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또 불완전 지방 소화로 인해 변이 기름져 보이는 지방 변 또는 회색 변과 함께 식후 윗배 부름, 구토, 오심(메스꺼움) 등과 같은 소화불량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애매한 증상이어서 이것만 가지고 발암 가능성을 의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췌장암은 또한 가로로 길게 놓여 있는 췌장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종양이 어느 부위에 자리 잡고 있는지, 주변 장기로 전이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황달 증상은 간담도, 십이지장과 붙어있는 췌두부(췌장머리)에 암이 생겼을 때는 약 70%에서 나타나지만 췌장 가운데 체부나 꼬리 부위에 생겼을 때는 약 15% 정도에 그친다. 췌장이 인슐린을 생성하는 기관이다 보니 당뇨가 암보다 먼저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40세 이상 중년기에 갑자기 당뇨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약 1%가 3년 이내에 췌장암에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고가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췌장암 치료법은 수술이 기본이다. 보통 수술 전후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수술할지는 암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췌장의 머리 쪽에 생긴 암은 원발 부위를 포함해 근방의 십이지장과 담도, 담낭까지 다 같이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하게 된다.

몸통이나 꼬리 쪽에 생긴 암은 원발(原發)부위는 물론 근방의 비장까지 절제한다. 이렇게 폭넓게 절제해야 하는 이유는 췌장암의 특성상 전이가 예상되는 주위 신경과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도려내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수술 성공률은 평균 12%다. 완치 목적의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10명 중 1~2명 정도일 뿐이고, 이 중 1~2명만이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췌장암은 암의 크기가 작더라도 동맥과 많이 붙어있을 때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이때는 항암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로 일단 암의 크기를 줄여놓은 다음에 수술을 하거나 그마저도 포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더 집중하게 된다.”

-일상생활 중 예방수칙은?

“췌장암의 최고 위험군은 40세 이상 성인으로 과거 췌장암 진단 및 치료를 받은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다. 췌장암 환자의 약 1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 부모와 형제자매 중 3명 이상이 췌장암을 앓은 경우 평생 동안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40%에 이른다. 가족력이 없는 일반인에 비해 32배나 위험도가 높다.

잘못된 생활습관도 췌장암을 부르는 위험요인이다. 혹시 췌장암에 걸릴까 겁이 난다면 주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꾸준히 규칙적으로 유산소운동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도 많이,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당뇨와 비만 발생을 막을 수 있게 평소 고지방, 고단백, 고당도 식품 섭취를 적절히 제한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힘써야 한다.

금연 실천과 절주 생활 습관도 필수이다. 금연 생활이 늦어지면 그만큼 담배를 피우지 않던 본래 모습을 회복하기가 힘들어진다. 술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고지방 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 폭음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조금씩 매일 술을 마시는 애주가들도 가능한 한 술을 멀리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0세 이후엔 누구든지 정기 건강검진 때 간담도계와 췌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는 복부초음파검사를 꼭 곁들이도록 하자. 복부초음파검사는 적은 비용으로 간단히 뱃속에 들어있는 장기들의 건강상태를 방사선 노출 우려 없이 살펴보는데 아주 유용한 영상의학검사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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