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건강

[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후유증 두려워 무조건 척추수술 회피해서는 곤란”

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김헌 원장(왼쪽)이 ‘최소침습 현미경하 미세수술’로 극심한 다리 및 엉덩이 저림 증상과 더불어 허리통증을 유발하는 중증 허리디스크를 제거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요통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이상 경험하고 이중 60~80%가 병원을 방문, 치료를 받게 되는 증상이다. 단순 요통은 갑작스런 외부 충격에 의한 염좌상으로, 만성 요통은 주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같은 척추질환으로 발생한다. 허리디스크는 디스크(추간판)라는 부드러운 연부조직이 척추 추체 사이에서 삐져나와 주위 신경을 자극하고, 통증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노화 및 퇴행성 변화로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두 질환 다 워낙 흔한 탓인지 ‘어떤 치료가 좋다’거나 ‘이렇게 치료해야 낫는다’ 식의 속설도 많다.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부정확한 속설을 믿고 함부로 따라 하다가 뜻밖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김헌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과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김 원장은 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장과 아주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외래교수로 활동하면서 최근 10년 동안 요통과 목·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압박골절 등 퇴행성 척추질환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돌봐온 이른바 ‘요통 해결사’로 불린다. 미국 의사(ECFMG) 자격증과 미국 최소침습 척추수술 전문의(FAMISS) 자격증까지 취득, 외국인 척추질환자들을 진료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 허리디스크는 척추관협착증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던데…

“두 질환 모두 허리와 엉덩이, 다리에 통증이 나타나 일반인에겐 얼핏 비슷한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협착증과 디스크는 병의 특징과 증상, 향후 병의 진행 양상이 확연히 다른 질환이다.

우선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간헐적 파행이다. 간헐적 파행이란 가만히 앉아서 쉴 때는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걸으면 엉덩이와 양 다리에 통증이 생겨 오래 걷지 못하고 자주 쉬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은 주로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구부릴 때는 통증이 완화돼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를 자주 취하게 된다. 허리를 펼 때 해부학적으로 척추관이 더 좁아져 신경을 더 압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산을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 계단을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낀다. 또 척추관협착증을 오래 앓은 어르신의 경우 대개 허리는 앞으로 굽고 무릎도 완전히 펴지지 않은 모습이다. 통증을 줄이려 습관적으로 굽힌 허리가 굳어서 ‘꼬부랑’ 자세가 된 것이다.

허리디스크에 의한 통증은 거의 이와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컨대 척추관협착증 환자들과 달리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갈 때 더 힘들어 한다. 또 앉았다가 일어설 때 통증이 더 심하다고 호소한다.

허리디스크는 주로 외상이나 과부하로 갑자기 디스크가 제 자리를 탈출하면서 생기는 까닭에 해당 디스크가 1~3개월에 걸쳐 서서히 제 자리로 흡수되면 통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과를 밟는다. 하지만 척추협착증은 주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나타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오랜 기간에 걸쳐 두꺼워지고 딱딱해진 조직이 신경을 누르는 것이라 허리디스크처럼 저절로 좋아지는 법이 없다.”

- 한 번 수술한 사람은 또 수술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술을 최후의 질환 치료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척추수술의 경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 번 수술을 받은 환자도 필요하다면 수술을 또 받을 수 있는 게 척추수술이다.

척추외과 의사들은 누구라도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정도와 병변 상태를 보고 어떤 치료법을 쓸 것인지 결정한다. 약물이나 주사로 치료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수술부터 하는 것이 효과 면에서 더 나은지를 먼저 심사숙고하고 최적의 개인맞춤 치료법을 선택해 환자에게 권유하게 된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데도 수술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술 받기를 기피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나아가 그런 수술적 치료가 꼭 필요한 다른 환자에게 본인이 앓고 경험했던 것만 갖고 함부로 훈수를 두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자칫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서다.

허리디스크 수술 후 재발률은 10년을 기준으로 약 10%다.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데도 재수술 우려 때문에 수술을 꺼릴 만한 정도는 아니다. 혹시 치료 후 재발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술 받는 것 외 다른 방법이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통증 완화는 물론 삶의 질 개선 및 유지를 위해서도 낫다고 본다.”

- 수술 후 통증이 지속 될 때는?

“간혹 수술이 잘 됐는데도 통증이나 다리 저림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이때에도 바로 재수술을 하기보다는 당분간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른 순서다. 수술 후 한 동안 감수해야 하는 치유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허리통증을 오랫동안 참아온 만성 디스크 환자,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 동반된 환자, 디스크 탈출 부위가 여러 군데라 한꺼번에 두 세 곳 이상 치료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통증이 처음부터 100%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신경이 이전의 정상 상태로 회복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도 잔여 통증이 생길 수 있는 이유다.

수술 후 이런 잔여 통증은 대부분 한 달 이내에 가시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끌기도 한다. 조바심을 갖지 않고 의사와 함께 서서히 극복해 나가는 자세가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 튼튼한 척추를 오래 유지하려면?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타고난 체질이야 바꿀 수 없더라도 척추관절과 인대,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2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무직 종사자 등 장시간 앉아서 일해야 하는 사람은 1시간 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준다. 평소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물건을 들 때 허리를 구부리는 행동은 허리에 무리를 주게 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통증 발생 시 초기에 조기 진압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병 초기에는 휴식 및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약물과 물리치료, 주사치료와 같은 보존적인 방법만으로도 진행을 억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통증의 범위나 증세가 심각한 경우엔 바로 수술을 받도록 한다.

아울러 걷기 운동이나 실내자전거 타기 등으로 허리 근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을 한 뒤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반신욕을 하면 경직된 척추와 근육, 인대를 유연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