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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청구서’ 노골적으로 흔드는 美… ‘남북사업’으로 불똥 튀나



미국이 노골적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이른바 ‘동맹 청구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좁히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남북협력 사업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서로 치고 받는 모습까지 연출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한국에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었다. 이 기고문은 한·미 양측이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마친 지 하루 만에 실린 것이다. 두 장관은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라 동맹’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과 한국이 너무나 크고 복잡한 전략적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더 이상 현재 상태가 이어지도록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지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은 한반도 미군주둔의 가장 직접적인 비용의 3분의 1만 부담하고 있다”며 “비용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부담 몫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한국 방위 비용의 일부만 담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국방 수장이 함께 공개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촉구하는 언론 기고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두 장관은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은 동맹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고 사의를 표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17일 이 기고문을 한글로 번역한 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관이 선별적으로 기고문을 번역해 게시해 왔다는 점에 비춰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방위비 증액뿐 아니라 호르무즈해협 경비연합체를 파병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가 더 거세질 수도 있다. 한·미 정부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뤄졌던 남북관계 개선 사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가 맞물려 논의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미국에서 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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