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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자 의학상식] 통풍 걱정되면 식탐부터 버려라… “고기는 1인분만”



신년회 시즌이다. 설날 연휴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래저래 해맞이 모임이 많은 때다. 이렇듯 지난 세월을 정리하고 새해의 건투를 비는 모임에 빠지지 않는 것이 술과 고기이다.

엊그제 필자가 만난 환자도 연말연시 잇단 회식 후유증으로 갑자기 오른 발이 몹시 아프다고 호소했다. 평소 식생활습관 관리를 잘 하다 최근 거의 매일 술과 고기를 많이 먹고 통풍성 관절염이 도진 탓이다.

통풍은 한자로 아플 痛(통)자, 바람 風(풍)자를 쓴다.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는 병이다. 주로 발가락이나 발목 관절에 심한 염증이 생기는 것이 특징적이다. 통풍으로 관절이 아픈 경우를 ‘발작’이라고 부를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오죽 아프면 산통(産痛)보다 더 심하다고 했을까.

통풍을 10년 이상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경우 만성 결절통풍으로 이환된다. 이렇게 되면 요산결정이 관절 부위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혈관과 콩팥에도 쌓이게 돼 만성 콩팥병,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 중풍, 심장병 등 만성 생활습관병을 합병하기 쉬운 상태로 몸이 변한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통풍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뉜다. 유전적인 요인은 신장에서 요산을 잘 배설하지 못하는 탓으로 몸속에 요산이 쌓이는 경우다. 흔히 가족력이 있는지 여부로 가늠한다. 뚱뚱하지 않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데 혈중 요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다면 유전 경향(가족력)을 의심해 봄직하다. 이와 반대로 술과 고기를 많이 먹는 편인데 운동을 안 해 체형도 뚱뚱한 사람에게 통풍 발작이 일어나면 환경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유전적 요인은 아직 현대의학으로 변화시킬 방법이 없다. 하지만 환경적 요인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통풍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식탐의 유혹을 떨치는 것이다. 식탐은 지나치게 특정 음식 섭취를 탐닉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마디로 육신이 음식에 점령당한 상태다.

식탐은 너무 빨리 먹는 식탐, 너무 비싼 음식을 먹는 식탐, 너무 많은 양을 먹는 식탐, 너무 오래 먹는 식탐, 너무 거하게 먹는 식탐 등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어느 경우든 식탐은 결국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통풍, 동맥경화와 같이 죽음에 이르는 성인병을 불러오기 쉽다.

무엇보다 피해야 할 것은 모든 종류의 술이다. 술은 막걸리나 소주, 포도주, 맥주 등 종류에 관계없이 통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 청어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의 등 푸른 생선, 새우 바닷가재 등도 많이 먹으면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

필자는 술과 고기를 먹어도 되느냐는 통풍 환자들의 질문에 언제나 이렇게 대답한다. “술 대신에 생수를 드시고 고기는 딱 1인분만 드세요.”

죽음으로 인도하는 식탐부터 버려야 고통스런 통풍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송정수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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