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이지선 교수 “움츠린 청년들, 갓플렉스로 다시 힘찬 도약을”

이지선 한동대 교수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난을 통해 발견한 삶의 진면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근본 목적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갓플렉스


청춘(靑春). 언제나 들어도 설레는 단어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 꽃다운 청춘들의 어깨가 축 늘어져 있습니다. 취업난과 치솟는 집값으로 결혼과 출산조차 꿈꾸길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우리는 어떤 소망을 줄 수 있을까요. 국민일보는 청년들의 꿈과 소망,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갓플렉스(God Flex) 기획을 시작합니다. 갓플렉스는 기독교가 추구하는 사랑, 용서, 화해, 꿈, 소망의 가치를 품고 자랑하자는 뜻입니다.


가치관과 세계관 등이 송두리째 바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다. 2000년 7월 30일 일어난 교통사고는 이지선(42·사진)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새로운 삶을 살게 한 사건이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음주운전자가 낸 7중 교통사고로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고통스러운 화상 치료와 수술을 이겨낸 그의 이야기는 책 ‘지선아 사랑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희망의 아이콘’ 이 교수를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교수에게선 밝고 따뜻한 에너지가 발산됐다.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더 큰 은혜를 보게 된 덕분인 것 같았다.

“흔히 경조사를 치르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정리된다고 하잖아요. 저도 사고를 통해 제가 누구인지, 하나님이 누구인지 깨닫게 됐어요.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졌고 우선순위가 아닌 것에는 굳이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됐죠.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끼게 됐어요.”

이 교수가 처음부터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선아 사랑해’에는 이 교수가 사고 후 직면했던 좌절과 고통, 두려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사함 덕분에 고통의 극한을 통과해야 하는 수술과 치료들을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고 후 초반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숨 쉬는 것 자체가 은혜이고 기적이라는 걸 알게 됐죠.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병원을 방문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잠시라도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죠. 감사함이 어둠의 터널을 버티게 해준 힘이었던 것 같아요.”

누구든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고난에 직면할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전 12:1)라는 말씀이 있어요.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하나님도 나도 상황도 보이게 됩니다. ‘하나님 제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의 답변은 금방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다가 결국 하나님과 멀어지게 되죠. 그 순간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건 ‘하나님이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실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미국 UCLA에서 2016년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한동대 강단에 서고 있다. 그가 만난 이 시대 청년들은 어땠을까.

이 교수는 “3년간 너무 정신이 없었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학생도 잘 보이지 않았다”면서 “저도 초보 교수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가 보기에 학생들은 너무 치열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학업 봉사 인간관계 등에 지나치게 열심을 내는 게 안쓰러웠다. 모든 일에 열심을 내다보니 에너지가 금방 소진됐다. 너무 지쳐서 휴학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는 “스스로 소진될 정도로 너무 열심히 살지는 말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데, 당신은 이미 자리를 잡은 기성세대라서 쉽게 말한다는 말이 돌아올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노력하는 근본 목적, 즉 우리의 소명을 잃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깨달음을 되새기며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소명만은 꼭 기억하자고요.”

한국교회는 청년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교회가 청년들이 공동체의식을 갖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년의 시기, 참된 공동체를 경험하면 사회에 진출하고 가정을 이뤄서도 바람직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사고 직후 이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돌아간다고 했을 거예요. 사고 초반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게 속상하고 안타까웠죠. 지나고 보니 얻은 게 훨씬 많아요. 사고 이전에는 제 일에 하나님이 도움을 주셔야 한다는 식으로 기도했죠. 그게 완전히 바뀌었어요. 시간도, 호흡도, 내 것이라 생각했던 사소한 것들도 모두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깨닫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이 교수는 다음 달 20일 저녁 7시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열리는 ‘국민일보 2020 0220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오픈 크리스천리더스포럼, 갓플렉스’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 신현준 집사와 신애라 집사가 각각 도전과 나눔에 대해 간증한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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