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하나님 선물”… 사랑으로 키운다

아기를 안은 미혼모들이 7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 두리홈에서 원장 추남숙 사관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스물한살 엄마는 웃고 있었다. 엄마를 걱정해주는 두 살배기 예쁜 딸이 있어서다. 엄마가 추운 겨울 수족냉증으로 손발이 얼어있을 때 아이가 엄마 발을 살포시 안아 주었다. 항상 엄마 품에 쏙 안기려 하는 정 많은 딸을 바라볼 때마다 그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엄마 이 모씨는 생각한다.

7일 미혼모 시설인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 두리홈(원장 추남숙 구세군 사관)에서 이씨를 만났다. 남편이 없음에도 아이를 기르기로 한 이유를 묻자 “아이가 세상 모든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함께 아이돌 그룹 CIX의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가고 싶다”며 천진난만한 미소도 지어 보였다. 엄마지만, 여전히 스물한살이었다.

이씨가 아기를 안고 지하철을 타면 가끔 ‘아빠는 어디 갔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이씨는 솔직하게 말한다.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고. 물었던 사람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혼자 있을 때만 그런게 아니다. 미혼모 시설에서 단체 여행을 갈 때도 ‘아버지가 안 보인다’며 한 마디씩 걸치는 행인들이 어김없이 있었다.

이씨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 모(35)씨도 두 살 딸을 둔 미혼모다. 아이를 낳기 전 그녀는 교회 찬양단원이었다. 요즘 부쩍 찬양을 부르다 눈물짓는 일이 많아졌다. 외로워서 눈물 흘리는게 아니다. 두 달 이른둥이였던 아이가 잘 자라고 있어 감사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이를 재우며 ‘오늘 하루도 일하는 엄마 없이 어린이집에서 잘 놀아줘 감사하다’며 내일도 웃는 얼굴로 아침을 맞이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간호조무사인 김씨는 생계를 위해 출산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생업에 복귀했다.

이들이 지내는 두리홈은 1926년 설립된 최초의 미혼모 시설이다. 100년 가까운 역사 속에 시설이 찾아낸 노하우는 ‘격려’였다. 비슷한 환경에 있는 미혼모들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찾아갔다. 이씨는 두리홈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미혼모들에게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 필라테스 강사가 돼 엄마들이 아기와 함께 필라테스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는 꿈도 생겼다. 김씨의 아이는 최근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웃들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

격려 속에 미혼모들은 건강한 크리스천으로 성장했다. 두리홈에서 지내는 50여명 뿐 아니라 두리홈을 거쳐 간 미혼모 20여명이 지금도 매 주일 시설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직접 찬양을 준비함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하나님 앞에 선물로 드릴 수 있는 건강한 영혼으로 기르기 위해 매일 기도하고 교제한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엄마 품에 안긴 아기들의 표정은 구김살이 없어 보였다.

두리홈은 법적 입소 기한인 3년이 지난 가정도 꾸준히 돕고 있다. 퇴소한 아이들을 위해 관현악 교실을 열고 양육에 보탬이 될 학원비도 지원한다. 자격증 공부를 소개하며 제빵 카페 ‘레드마마’를 열어 이들의 재취업도 돕는다. 덕분에 퇴소 후 구세군이 마련한 임대 주택에서 지내는 가정이 10여 가정, 시설 근처에 터를 잡고 지내는 가정도 10여 가정이다.

추 원장은 “조금 부족한 것들이 있더라도 사랑으로 감싸고 배려하면 채워지기 마련”이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인 아이들을 다시금 하나님 앞에 온전히 영광된 생명의 선물로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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