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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광인이론의 실제화



1980년 4월 24일, 세계 최강 미군으로서는 참혹한 날이었다. 이란 테헤란 미 대사관 등에 억류된 52명 인질 구출 작전을 제대로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실패했다. 당시 대통령 지미 카터는 재선을 앞두고 있었고, 재임 중 인질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독수리 발톱’으로 명명된 이틀 동안의 작전 계획은 복잡하고 담대했다. 첫째날은 특수전 수송기를 타고 온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테헤란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에 1집결지를 구축하고, 공해에 대기 중인 항공모함으로부터 날아온 침투 헬기로 갈아타 테헤란 근처 사막 2집결지에서 대기한다. 둘째날, 델타포스가 미 대사관과 이란 외무부를 급습해 인질들을 구한 뒤 트럭으로 시내를 질주, 근처 이란 공군기지로 향한다. 동시에 100여명의 레인저 부대원이 낙하산을 타고 이곳을 습격, 활주로를 확보한 뒤 수송기 2대가 내려와 인질과 구출 부대를 태우고 떠난다.

영화보다 훨씬 더 영화 같은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휘부는 헬기 8대 중 2대가 사막 폭풍으로 인한 기관 고장, 1대가 유압 기계 고장으로 기능하지 못하자 작전 중단을 결정했다. 최소한 6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철수 과정에서 역시 모래 폭풍으로 헬기와 수송기가 충돌, 8명이 사망했다. 미군으로서는 치욕적이었고, 카터는 그해 재선에서 떨어진다. 카터는 몇 년 전 암에 걸렸을 때 살면서 가장 후회된 일이 무엇이냐는 인터뷰 질문에 인질 구출 실패를 꼽으면서 “헬리콥터 한 대를 더 보내고 싶었다. 그랬다면 인질을 구하고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농담 섞어 대답한 적이 있다.

지난주 미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아래 드론 으로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했다. 이란이 가혹한 복수를 다짐하자 트럼프는 인질 수와 똑같은 52곳 표적 타격을 경고했다. 또 “신속, 압도적이며 불균형적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미군 무인기가 격추되자 이란을 향해 “내가 실행하라고 하면 30분 내로 150명이 숨질 수 있다”고도 했었다.

트럼프가 북한 등 여러 협상에서 예측불허의 언동으로 광인이론(madman theory)을 실제 응용하고 있다는 미 언론과 싱크탱크의 분석이 많다. 상대자에게 미치광이로 인식시켜 이를 무기 삼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국제정치 이론이다. 트럼프는 이론에만 그치지 않을 모양이다. 재선을 위해 현실에서도 실행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가.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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