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 부르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제력 못지않게 군사력 또한 막강해서다. 미국의 2019~20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7170억 달러(약 829조7100억원)로 올해 우리나라 총예산(513조5000억원)의 1.6배 수준이다. 이는 전 세계 국방비의 3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2~10위(2위 중국, 3위 사우디아라비아, 4위 인도, 5위 프랑스, 6위 러시아, 7위 영국, 8위 독일, 9위 일본, 10위 한국·2018년 기준)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 국방예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 안팎으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3% 미만)에 비해서도 높다. 비사회주의 국가에서 미국보다 GDP 대비 국방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8.8%) 등 극소수다. 이처럼 해마다 국방예산에 엄청난 세금을 퍼붓는 미국을 ‘천조국(千兆國)’으로 부르기도 한다. 1000조원 가까운 군사비를 지출한다고 해서 인터넷 밀리터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조어다. 과거 명(明), 청(淸)이 조선의 ‘천조(天朝)’로 군림했듯이 미국이 대한민국의 천조라는 의미로 붙여진 수식어란 설도 있다. 어쨌든 요즘엔 ‘天朝’보다는 ‘千兆’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1일 끝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이겠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은 GDP의 25%를 국방예산에 쏟아붓고 있으나 그 규모는 10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 50조1527억원의 20%, 미국의 1.2% 수준이다. 북한이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나 글로벌 호크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들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 같은 첨단 무기를 구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비롯한 비대칭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10조국’ 북한이 선보일 새로운 전략무기가 무엇이든 간에 천조국 미국의 손바닥 안이다. 북한이 궤도를 이탈할 때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되뇌는 경구가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북한이 내세울 게 자존심밖에 없다고 하나 그래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게 좋다. 현재 미국과 군사경쟁을 벌여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허세는 수준이 비슷할 때나 먹히는 법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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