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증강현실과 하나님의 나라



새해 벽두부터 증강현실에 관해 생각을 해보는 이유는, 첫째로 막 시작된 새로운 10년 동안 성취될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은 증강현실을 통한 인간과 세계의 향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둘째로 기독교 신앙의 특징을 증강현실 개념을 통해 오늘에 맞게 재해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은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보다는 좀 생소한 기술이지만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상현실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컴퓨터 기술이다.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은 VR 방식으로 작동된다. 게임을 하다 보면 곧 게임의 세계에 몰입되고, 자신이 정말로 게임 속 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실제 세계를 잠시 잊게 된다. 이런 점에서 VR은 실제 세계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증강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을 강화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VR과 대조된다. AR은 ‘물리적 세계 위에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디지털 정보를 중첩해 보여줌으로, 이를 통해 물리적 세계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하게 돕는 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AR 기기는 운전할 때 쓰는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 스크린 속에 보이는 길과 주행 정보는 가상이 아니다. 가까운 장래에는 많은 사람이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기능을 하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게 될 것이다. 좀 더 먼 미래에는 그런 기능을 하는 기기나 인공 안구를 이식받지 않고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때가 되면 우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얻게 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처럼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AR의 핵심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고 우리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변형(강화)해 파악하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해 온 일이다. 현미경, 망원경, 안경, 전화기 등은 일종의 아날로그 AR 기기이다. 그리고 조금 생각을 확장해보면 기호, 상징, 언어, 이야기, 문화 전체가 AR이다. 동물과 인간이 똑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더라도 인간은 물리적 대상을 의미의 틀을 통해 파악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일종의 AR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AR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은 운전이라는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강화해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덜 유용한 정보가 배제된다. 어떤 원칙으로 취사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비게이션의 경우에는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우리가 문화를 AR이라고 보았을 때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또한 미래에 모든 인간이 늘 AR 안경을 착용하고 생활한다고 가정해볼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무엇이 유용한지 누가 정할까. 어떤 의도로 정보를 가공할까. 이것은 더 이상 과학이나 공학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방식, 즉 가치관 혹은 세계관과 연결돼 있다. 자칫 잘못하면 과학자들은 이윤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자본에 의해 쉽게 이용당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과학자들이 신학자, 종교인, 윤리학자 등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이다.

로마서 12장 2절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라고 말한다. 이 시대가 주는 AR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지 말고 온 우주를 지으시고 운영하시는 하나님이 주는 AR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AR 안경을 끼면 무엇이 중요하고 선하고 참되고 아름다운지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예수님은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가르쳤다. 새해에는 내가 끼고 있는 AR 안경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아직도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 봄이 어떨까.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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