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오디션 형태로 풀어낸 ‘씨름의 매력’

전통 스포츠 씨름을 예능으로 풀어내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2TV ‘씨름의 희열’. 경량급 선수 16명이 장사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방송화면 캡처


“KBS 콘텐츠 중 버즈(온라인 검색)가 이처럼 활발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이 이 같은 자부심을 드러낸 예능은 바로 ‘씨름의 희열’. 지난달 30일부터 선보인 따끈따끈한 프로그램인데, 매회 관련 키워드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리는 등 젊은 층에서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씨름의 희열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그램은 한때 시청률이 70%에 다다랐으나, 쇠락해버린 전통 스포츠 씨름을 서바이벌 오디션 형태로 풀어낸 예능이다. 씨름의 부활을 위해 모인 태백급(80㎏ 이하)과 금강급(90㎏ 이하) 선수들 16명이 장사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 과정을 담았다. 이를테면 씨름 버전 ‘슈퍼스타K’인 셈인데, 인기를 이끄는 건 역시 수려한 외모의 씨름판 아이돌들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주목받으며 경기 영상 조회수 수백만회를 기록했던 황찬섭과 손희찬이 그렇다. 씨름계 여진구와 옥택연으로 불리며 팬덤까지 만든 이들의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시선을 붙든다.

그렇다고 비단 화제에 숟가락만 얹은 프로그램은 아니다. 볼수록 씨름의 매력이 진득하게 배어 나와서다. 씨름의 몰락을 ‘씨름은 힘 싸움’이라는 오해 때문으로 진단한 이 예능은 경량급 선수들을 모아 아름다운 씨름 기술의 세계를 조명한다. 슬로비디오와 자막을 통해 배지기, 밭다리걸기 등 기술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의 해설이 곁들여지며 재미를 더한다.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의 성패는 결국 스토리텔링에 달려있다. 씨름의 희열에는 이미 진한 감동 서사가 잠재돼 있다. 시들한 관심 속에서도 치열하게 땀 흘리던 선수들의 헌신이 그것이다. 씨름계 아이돌뿐 아니라 33세에 첫 태백 장사에 등극한 대기만성형 이준호, 40세 최고령 장사 오흥민 등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비춘 프로그램은 향후 휴머니즘적 이야기들을 더 진득하게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심야인 토요일 오후 10시35분에 편성되면서 시청률은 2%(닐슨코리아)대에 머물고 있지만, 결승을 향하면서 점차 오름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방송 콘텐츠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 본부장은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에만 열광하라는 법이 있나”며 “씨름을 한류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첫인상을 잘 이어간다면 호기 찬 말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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