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日 헤이트 스피치 처벌 조례 첫 제정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의 한 거리에서 우파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조장하는 피켓과 일장기 등을 들고 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의회가 12일 ‘헤이트 스피치’(특정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에 최대 50만엔(약 5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일본에서 법률이나 지자체 조례에 헤이트 스피치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가와사키시가 처음이다.

가와사키시는 재일 한국인·조선인이 많이 거주하고 이들을 노린 혐한 시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다. 이번 조례가 혐한 시위 억제에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지난 2016년 헤이트 스피치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시행됐다. 그리고 오사카(大阪)시, 고베(神戶)시, 도쿄(東京)도가 헤이트 스피치 금지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벌칙 규정이 없어 억제에 한계가 많았다. 가와사키시도 지난해 3월 공공시설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시위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자 이번에 처벌 규정을 담은 조례안을 추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가와사키 시의회는 ‘차별 없는 인권 존중의 마을 만들기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조례는 국적이나 인종, 성적 지향, 출신, 장애 등을 이유로 하는 모든 차별적 언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금지하고 위반이 3회 반복되는 경우 최대 50만엔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조례 위반자에게는 우선 조례 준수를 권고하고 위반이 반복되면 명령을 내리며, 그런데도 따르지 않으면 위반자의 성명과 주소 등을 공표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의 권고·명령·성명 공표 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심사회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가와사키시는 성명 등의 공표와 함께 위반자를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한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50만엔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벌칙 규정을 포함한 조례의 전면 시행 시기는 내년 7월 1일이다. 고베시나 사가미하라시 등이 가와사키시와 비슷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어 지방의회에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댓글이나 동영상을 통한 헤이트 스피치는 판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번 조례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온라인에서의 혐한도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번 조례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례 제정을 주도한 후쿠다 노리히코(福田紀彦) 가와사키 시장은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실효성 높은 조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재일교포들은 가와사키시의 혐오 발언 처벌 조례 제정을 환영하면서도 이런 조례가 일본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 재일교포 3세는 “가와사키시의 결의가 표현된 조례로 마음이 든든하다. 실효성을 기대한다”면서도 “피해는 가와사키에서만이 아니다. (이런 조례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