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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맞는 ‘3D 인공관절’ 개발… 고령자도 안전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특화센터 의료진이 3D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된 환자의 무릎 모형을 보며 인공관절수술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72·여)씨는 극심한 무릎 통증으로 고생한 나날들이 무색할 만큼 요즘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10개월 전 ‘3차원(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양쪽 무릎의 통증과 기능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4년 전부터 날씨가 추워지면 더 심해지는 무릎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잦았고 일상생활에도 제약이 많아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파스와 찜질로 버티다 결국 올 초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뼈 끼리 맞닿는 퇴행성관절염 말기에 해당돼 인공관절로 교체 수술이 불가피했다. 고령인데다 양쪽 무릎에 칼을 댄다는 생각에 ‘수술 공포’가 컸지만 3D시뮬레이션과 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첨단 방식으로 자기 무릎에 꼭 맞는 인공관절을 선사 받고는 웃음을 되찾았다.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병원을 찾은 김씨는 검사결과 이식된 인공관절이 잘 자리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좋아졌다고 무리하는 것은 금물이며 무릎을 너무 심하게 구부리거나 양반다리를 하는 자세는 인공관절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퇴행성관절염은 무릎 관절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나이에 따른 퇴행이나 과사용, 외상 등 여러 요인으로 점차 닳아 없어지며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퇴행성관절염 진단 인원은 485만7000명으로, 한국인의 12개 대표 만성질환 가운데 고혈압(631만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퇴행성관절염은 찬바람이 불고 추워지면 증상이 심해진다. 체온이 떨어지면 관절 부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가 굳어져 관절 손상의 원인이 된다. 관절 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이 굳어져 마찰이 증가하는 것도 이유다.

퇴행성관절염이 말기까지 진행됐다면 진통소염제를 먹거나 찜질, 물리치료, 연골재생치료 등으로는 호전을 기대할 수 없다. 통증 원인인 연골을 대체해주는 인공관절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심평원의 ‘생활 속 질병 통계 100선’에 따르면 무릎 인공관절수술 환자는 2016년 6만5544명으로 2012년(5만2741명)보다 24.3% 늘었다. 2016년 기준 전체 환자의 85%가 여성이었고, 주로 60~80대에서 인공관절수술을 선택했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특화센터 고용곤 병원장은 25일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고 하체를 지탱하는 근력이 약한 편인데다, 임신 출산을 겪으며 특히 폐경 후 호르몬 변화가 생긴다. 뼈의 밀도를 강화하는 에스트로겐이 50대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게 관절 약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인공관절수술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환자 중 수술 후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술 후 양반다리로 앉거나 쪼그려 앉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수술 후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는 국내에 보급된 인공관절 대다수가 서양인의 무릎 형태에 맞게 만들어진 모델이란 점이 한몫한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7년 통계를 보면 국내 무릎인공관절의 93%가 수입품이며 국산은 7%에 불과했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특화센터는 이런 점에 주목하고 한국형 인공관절 모델과 수술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1000여명의 무릎 자기공명영상(MRI)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무릎 모양과 구조가 서양인과 어떻게 다른지 분석해 저명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공관절수술 후 무릎이 잘 구부러지기 위해선 무릎 위쪽 대퇴골(넓적다리뼈) 뒤에 있는 해부학적 구조(PCO)가 중요하며 한국인은 서양인과 다른 PCO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인공관절 모형으로는 구부리는 각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물을 컴퓨터로 정밀히 구현하는 3D시뮬레이션과 3차원의 입체 물품을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3D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3D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을 개발했다. 수술 전 3D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수술을 해 정밀한 수술 계획을 세운다. 이어 환자 자신의 무릎 형태를 그대로 본뜬 맞춤형 수술 도구들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해 실제 수술 시 ‘가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 원장은 “이를 통해 병들고 변형된 관절을 정밀하게 절삭하고 그 자리에 정확히 인공관절을 이식할 수 있다”며서 “엉덩이 관절부터 발목까지 일자를 이루는 ‘하지 정렬’을 이룸으로써 인공관절의 마모를 최소화해 수명을 기존 것보다 5년 정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들은 3D인공관절수술을 적극 고려해 볼 수 있다. 절개와 절삭 최소화, 수술 시간 단축, 출혈 감소 등으로 부담을 덜 수 있고 고령자에 치명적인 색전증·폐색전(수술 중 생기는 혈전이 혈관을 막음) 등 부작용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고 원장은 “지금까지 시행한 3D맞춤형 인공관절수술 9500여명 가운데 10% 정도가 80세 이상 고령자로 대부분 수술 경과가 좋아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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