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살리러 온 무리뉴, ‘손’ 잘 쓸까

조제 무리뉴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해 12월 6일(한국시간) 아스널과 2대 2로 비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경기가 안 풀리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는 이로부터 열흘여 뒤에 경질됐고, 11개월 만인 20일 토트넘 홋스퍼 감독으로 복귀했다. AP뉴시스
 
지난 7일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4대 0으로 격파한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손흥민을 격려하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7) 감독을 경질하고 조제 무리뉴(56)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포체티노 사단’에서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손흥민(27)은 이제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과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포체티노 감독 및 코칭스태프에 대한 경질, 무리뉴 감독의 임명을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뮤리뉴 감독은 “열정적인 지지를 받으며 구단에 들어와 기쁘다. 선수단의 높은 수준을 보고 고무됐다. 이 선수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토트넘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까지 3승 5무 4패(승점 14)로 20개 팀 중 14위에 머물러 있다. 4계단만 더 내려가면 2부 리그 강등권(18~20위)에 들어간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창단 137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진출해 준우승했고, 리그를 4위로 완주했다. 지난 시즌과 판이한 행보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은 포체티노 감독의 경질 사유가 됐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해 ‘포체티노 사단’으로 들어갔다. 강한 전방 압박을 펼친 뒤 원톱 스트라이커로 역습을 전개하면서 득점 감각을 가진 윙어로 공격을 다변화하는 포체티노 감독의 4-2-3-1 전술에서 손흥민은 주로 후방 왼쪽 공격을 책임졌다.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빈번하게 결장했던 지난 시즌, 손흥민은 원톱 스트라이커도 맡았다. 올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3골, 챔피언스리그 5골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선수였다.

무리뉴 감독은 실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주로 활용하는 포메이션은 4-3-3. 포체티노 감독의 4-2-3-1과 유사하다. 다만 무리뉴 감독은 전방의 공격수 3명도 수비에 가담하게 만들 정도로 빠른 공수 전개를 중요시한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도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출전 기회를 박탈하기도 한다. ‘독불장군’ 스타일인 무리뉴 감독과 조화하지 못하면 손흥민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손흥민은 활동 범위가 넓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올 시즌 토트넘에서 유일하게 제몫을 하고 있어 무리뉴 감독의 선호도와 부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무리뉴 감독은 새롭게 맡을 팀을 사전에 완벽하게 분석하는 지도자다. 이미 토트넘에 대한 파악을 끝냈을 것”이라며 “손흥민의 중요성도 인지했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이 당분간 손흥민을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SNS에 포체티노 감독과 몸을 밀착하고 작전 지시를 받는 사진을 올리고 “그에게 감사하다. 말로는 감사를 표현할 수가 없다. 축구만이 아닌,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 잘되길, 잘 지내길 바란다”고 적었다. 케인과 델레 알리 등 토트넘의 핵심 선수들도 SNS에서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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