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못하는 사람 대신 울어주고 싶었죠”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래퍼 마미손(오른쪽)과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마미손은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유진박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지난해 발표한 ‘소년점프’가 그랬듯 신곡에서는 B급 감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도입부에 깔리는 웃기면서도 비장한 내레이션이 대표적이다. “넌 지금 슬프다. 그건 슬픔의 요정이 네 눈꺼풀 위에 아주 고약한 슬픔 가루를 뿌려서 그런 거야. 전설에 따르면 저 별에 닿을 정도의 높은 울음만이 가루를 씻어낼 눈물을 만든다더군. …왜 슬픈데 울질 못하니. 야, 그거 다 병이야.”

신곡의 제목은 ‘별의 노래’이고, 노래의 주인공은 복면 레퍼 마미손이다. 별의 노래는 마미손이 18일 공개한 첫 정규음반 ‘나의 슬픔’의 타이틀곡인데, 특유의 날카로운 랩이 인상적인 음악이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연주. 마미손이 “어이, 박형 시원하게 한번 울어줘”라고 외치면, 유진박의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마미손과 유진박을 만났다.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왜 마미손이 유진박과 협업을 했느냐는 것. 마미손은 “별의 노래를 만들 때 유진박 형님의 ‘사연’이 떠올랐다”고 답했다(유진박은 과거 소속사로부터 학대받은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었다).

“별의 노래는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곡이에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힘든 일이 있어도 울지 못하는 편이에요. 별의 노래를 만들면서 계속 생각한 건 이거였어요. ‘어떻게 하면 음악을 통해 시원하게, 하지만 청승스럽지 않게 울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유진박 형님이 생각났어요. 실제로 형님이 바이올린 소리를 통해 시원하게 울어주셨죠(웃음).”

유진박은 마미손의 음반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굉장한 영광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난해 한 음악 시상식에서 마미손의 무대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며 “한국에 이렇게 파워 넘치는 래퍼가 있다는 걸 몰랐다. 함께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음반에는 모두 8곡이 실렸다. 장기하 YDG 스컬 등 목소리를 보탠 ‘피처링 군단’의 면면도 화려하다. 달콤한 선율을 내세운 서정적인 음악도 제법 담겨 있다. 마미손은 “펑펑 울고 나면 시원한 감정을 느끼지 않냐”면서 “대중이 내 음반을 듣고 그런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미손은 그야말로 불세출의 캐릭터다. 마미손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9월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엠넷)을 통해서였다. 복면을 쓰고 등장한 이 래퍼는 가사 실수로 경연 초반에 탈락했지만 방송이 끝난 뒤에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복면 뒤에 숨은 래퍼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끝까지 자신은 대중이 짐작하는 그 인물이 아니라고 우겼다.

탈락 이후에 발표한 소년점프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이 곡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현재 3800만뷰가 넘는다. 마미손은 속이는 사람은 있지만 속는 사람은 없는,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속아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마미손은 스스로를 “실패한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미손은 뻔뻔하게 거짓 행세를 하는 사람들을 드러내려는 거대한 은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나의 의도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내가 마미손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 자체가 마미손의 은유가 실패했다는 증거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마미손을 통해 추상적이지만 거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뒤늦게 깨달았죠. 일상적이고 평범한 언어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지난 1년간 많은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부터는 그 계획이 무엇인지 하나씩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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