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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 베네치아, 최악 홍수에 육상면적 90% 침수

울긋불긋한 장화를 급히 구해 신은 듯한 관광객들이 13일(현지시간) 폭우로 침수된 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대성당 앞 광장을 거닐고 있다. 이탈리아 전역에 며칠째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날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는 한때 187㎝까지 치솟았다. 194㎝를 기록했던 1966년 이래 5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라고 선포하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최악의 홍수로 물에 잠겼다.

AP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전역에 며칠째 호우가 쏟아지면서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90%가 침수됐다고 전했다. 만조가 겹쳐 바닷물이 도시로 들어오는 ‘아쿠아 알타’ 현상까지 겹치면서 이날 오후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는 한때 187㎝까지 치솟았다. 이는 1923년 조수 측정이 시작된 이래 194㎝에 육박했던 1966년 이후 53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이날 현재 베네치아는 모든 교통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재난’을 선포하며 더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루냐로 시장은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조차 없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다. (복구)비용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홍수는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트위터에 썼다.

지난해 독일 킬대와 영국 서식스대의 지리학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홍수와 해안선 침식으로 지중해 지역 피해가 커지고 있다면서 가장 심각한 곳으로 베네치아를 꼽은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베네치아는 21세기 말 해수면 상승으로 육상 면적의 97%가 잠길 것으로 전망됐다.

베네치아에서 평균 수위가 100∼120㎝를 오르내리는 것은 일상적인 일로 이 정도에는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평균 수위가 110㎝를 초과하면 베네치아섬의 12%가량이 침수되며, 120㎝를 넘어가면 도시 기능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리고 140㎝를 넘어서면 도시의 절반 이상인 59%가 물에 잠긴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산마르코 대성당도 침수됐다. 9세기에 세워져 1200여년간 단 5번 침수됐던 이 성당에도 바닷물이 들어차 1m 이상 침수됐다. 산마르코 대성당이 가장 최근에 침수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는데 당시 베네치아시 당국은 하루 만에 20년치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올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명 피해도 우려된다. 78세 남성이 집에 들어온 바닷물로 인한 전기 합선으로 감전돼 숨지기도 했다.

이탈리아 전역에 쏟아진 폭우로 남부 지역 피해도 심각하다. 나폴리 등 남부 일부지역에선 일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마테라에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동굴 주거지가 침수됐으며, 시칠리아섬 주변 일부 도서는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때문에 접근이 통제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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