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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국 대표 작가 옌롄커, 홍콩 시위 관련 “자유를 위한 모든 노력은 소중”



옌롄커(61·사진)는 중국의 문제적 작가다. 그는 ‘허삼관 매혈기’ 같은 작품으로 한국에도 유명한 위화,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통한다. 옌롄커의 작품 중엔 자국에서 금서(禁書)로 지정된 책이 수두룩한데, 이유는 그의 소설이 중국 기득권층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중국 사회의 그늘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는 민주화 시위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옌롄커는 12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내가 처한 입장이 있으니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홍콩 시위에 대해 희미하게나마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옌롄커는 “자유를 위한 모든 노력은 소중하다”며 “나는 어떤 종류의 폭력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옌롄커는 2008년 한국에서 ‘광우병 시위’가 한창일 때 문학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가 시위에 동참한 적이 있다. 그는 “광우병 시위든, 홍콩의 민주화 시위든 공통점은 인간이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흔적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이 전날 시위 참가자에게 실탄을 쏜 것에 대해서는 “누가 무슨 이유에서 발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문학계에서 옌롄커가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하다. 매년 가을 ‘노벨문학상 시즌’이 돌아올 때면 해외 많은 매체에선 그를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그는 자신을 “실패자”라고 거듭 규정했다. “삶에서, 글쓰기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나는 많은 이상을 품고 살았는데, 그중에서 80%는 이루지 못했다. 위대한 작품도 쓰지 못했다. 작가로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개성 있는 단 하나의 작품을 써내는 것이다.”

옌롄커는 1978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28년간 직업군인으로 살았다. 그는 “입대한 뒤에야 외국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소설이 단편 중편 장편으로 나뉜다는 것도 알았다”며 “군 생활이 없었다면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옌롄커가 한국을 찾은 건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시작한 프로젝트 ‘세계 작가와의 대화’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침묵과 한숨-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13일에는 연세대와 고려대를 차례로 찾아 연단에 오른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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