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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밤에 자다가 두세 번 화장실… 바깥 나들이도 겁나요

날씨가 추울수록 과민성 방광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 환자는 바깥 활동을 할 때 아랫배가 따뜻하도록 옷차림에 신경써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방광의 노화·고혈압·당뇨 등 인해 방광내 모세혈관 망가져 주로 발병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으로 배뇨 시 자꾸 힘을 주다가 생겨나
기온 떨어질수록 여성이 더 고통 골반 근육 단련 등이 치료에 도움


최모(67·여)씨는 몇 달 전부터 바깥 나들이를 꺼리게 됐다. 소변이 너무 마려워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려야 하고 참을 수 없을 땐 간혹 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날씨가 좋아 가족과 산책을 나가도 긴 시간 바깥 활동이 어렵고 조금만 먼 곳이나 처음 가보는 곳을 가려고 하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커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밤에도 자다가 두세 번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새벽까지 잠을 설쳐 매일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몸이 긴장해서인지 이런 증상은 더 심해졌다. 소변 불안감이 커지자 성인용 패드 사용을 고려 중이다. 최씨처럼 ‘과민성 방광’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적지 않다.

외출 기피…우울증 걸리기도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18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과민성 방광 등 하부요로증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인구의 약 12.2%(600만명)가 과민성 방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남성(10%)보다 여성(14.3%)이 더 많았다.

과민성 방광은 요로계에 감염이 없고 다른 명백한 원인이 없는데도 갑자기 요의를 느끼는 ‘절박뇨’와 하루 8차례 이상 소변을 보는 ‘주간(낮) 빈뇨’, 밤에 두 번 이상 화장실을 가는 ‘야간 빈뇨’, 화장실 가다 참지 못하고 찔끔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 등을 동반할 때 진단된다.

소변을 보관하는 방광이 예민해진 상태로 마려울 때 참기 힘들고 2시간 이내 간격으로 자주 소변을 보게 된다. 밤에 소변이 마려워 깨거나 화장실 가는 중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물소리만 들어도 소변이 마렵다는 환자도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방광의 노화나 고혈압, 당뇨, 비만 등으로 인해 방광 내 모세혈관이 망가지고 방광 근육이 손상되면서 방광이 과민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방광의 염증이나 결석(돌)도 원인이 되며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배뇨 시 자꾸 힘을 주다보면 과민해지는 경우도 있다. 뇌경색, 뇌출혈, 척추 질환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도 영향을 미친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이형래 교수는 4일 “증상이 심해지면 앞서 최씨처럼 외출이 어렵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도 기피하게 된다. 야간뇨도 환자들에게 매우 힘든데, 자다가 자주 깨다보니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며 심하면 우울증까지 생긴다”고 설명했다.

추워질수록 증상 악화

최근 이런 과민성 방광과 날씨의 상관성을 밝힌 연구 결과가 국내 처음 공개돼 주목을 끈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과민성 방광 증상이 나빠지고 특히 여성들이 고통을 더 겪는다는 것이다. 과민성 방광 환자들에게 추운 겨울은 피하고 싶은 계절인 셈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최훈 교수팀이 2011~2017년 과민성 방광으로 처음 진료받은 여성 583명을 분석한 결과다. 배뇨장애요실금학회 연구과제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신경비뇨학저널(INJ)에 조만간 실릴 예정이다.

연구 결과 과민성 방광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겨울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월과 1월 방문 환자는 각각 9.1%와 11.3%로 여름 환자(6, 7, 8월 평균 7.9%)보다 많았다. 계절 및 월 평균 기온과 과민성 방광 환자의 병원 방문 비율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과민성 방광 점수 또한 겨울 방문 환자에서 뚜렷하게 높았다. 과민성 방광 증상 점수 설문지(OABSS)를 분석했더니 겨울 환자의 점수(평균 7.25점)가 여름(평균 6.24점) 혹은 봄·가을 환자(평균 5.51점)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과민성 방광 증상이 가장 나쁜 경우의 OABSS 점수는 합산 15점이다.

야간 빈뇨 증상 점수에선 계절별 환자들 간 큰 차이가 없었으나 주간 빈뇨 증상 점수는 겨울(평균 1.46점)이 여름(0.77점), 봄·가을(0.89점)보다 높았다. 절박뇨와 절박성 요실금 점수 또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OABSS 점수 합산 6점 이상의 중등도 이상 과민성 방광 증상을 보인 환자의 병원 방문 비율도 겨울(56.2%)이 여름(31.8%), 봄·가을(42.1%)보다 높았다.

실제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겨울에 화장실을 더 많이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간 배뇨 일지 분석에서 하루 평균 배뇨 횟수는 겨울에 평균 12.12회로 봄·가을(11.01회), 여름(10.95회)에 비해 잦았다. 야간 배뇨 횟수는 큰 차이 없었다.

보통 이상으로 소변이 급한 중등도 이상의 절박뇨 경험 횟수도 겨울(평균 6.22회)이 여름(5.67회), 봄·가을(5.64회)에 비해 많았다. 절박뇨를 느끼며 소변을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 역시 여름(2.06회), 봄·가을(2.23회)보다 겨울(평균 2.48회)에 잦았다. 연구팀은 “주간 배뇨 횟수가 많은 것은 주로 활동을 하는 낮에 쌀쌀한 날씨가 방광 자극 증상을 일으킴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는 체온을 유지하고자 하는 몸의 항상성 때문이다. 여름에는 땀을 배출해 체온을 낮추는데, 이런 과정이 추운 날씨에는 필요 없어지고 소변량이 늘게 된다는 것.

이형래 교수는 “또 편안한 배뇨를 위해선 방광의 배뇨 근육과 요도 괄약근이 조화롭게 수축과 이완해야 하지만 추운 날씨 탓에 긴장한 골반 근육이 이를 방해해 배뇨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라며 “특히 여성은 남성에게 있는 전립선이 없고 요도 길이가 짧아 요의를 참는 게 쉽지 않다. 억지로 참다가 방광염이 흔히 발생하며 이게 과민성 방광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옷차림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외부 찬 기온에 더 노출되는 경향이 있어 과민성 방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뇨장애요실금학회 김대경(을지대병원 교수) 회장은 “날씨가 추우면 소변이 자주 마렵다는 통설을 넘어 과민성 방광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면서 “특히 여성의 경우 바깥 활동 시 아랫배(골반)가 따뜻하도록 옷차림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민성 방광 치료는 주 단위로 배뇨 간격과 배뇨량을 늘려보는 방광 훈련법, 골반 근육을 단련시킴으로써 증상을 개선하는 케겔 운동, 방광에 자극되는 음식을 피하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등 생활습관 교정을 함께 해야 한다. 필요 시 방광을 이완시켜주는 약물 사용, 방광 보톡스 주입, 방광 성형술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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